최초 여군 잠수함 승조원 탄생 앞둔 南…北 여군의 현실은?

[북한 비화] 잠수함은 물론 함정도 '금녀'의 구역…개별 담화서 불평등 호소했지만 대책 無

김정은_해군_지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4년 7월 조선인민군 해군 지휘성원들의 수영능력판정 훈련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내년에 대한민국 해군 역사상 처음으로 여군 잠수함 승조원이 배치된다. 최초 여군 잠수함 승조원이 탄생하면 한국은 세계에서 14번째로 여군에 잠수함을 개방한 나라가 된다.

북한은 어떨까.

북한 해군에는 여성이 잠수함은 물론 함정에도 절대 오를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승선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금녀’(禁女)의 구역인 셈이다.

겉으로는 여군의 신체적 특성을 배려한 김일성의 60년대 ‘유훈 교시’ 때문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여자가 배를 타면 바다 신이 노하고 승조원들이 다친다’는 미신을 근거로 여군의 승선을 제한하고 있다는 게 정설로 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공군에서는 여군 비행사가 배출되고 여성이 비행군관학교에도 입학할 수 있으나 해군에서는 여성이 해군대학(우리의 해군사관학교에 해당)에 갈 수도 없게 돼 있다.

지난 2018년 북한군은 복무 중인 여군을 대상으로 ‘남성 위주 군 문화의 지속적인 압박과 특수성으로 인해 일부 기술병종 복무 여성 군인들이 불합리한 상태에 있는 것을 느끼고 있다’는 자체 내부 공동 조사 결과를 도출해 냈다.

이는 2017년 초 김정은의 특별 방침에 따라 총정치국과 국방성 대열보충국이 합동으로 시행한 여군 개별 담화에 따른 결론이었다.

당시 종합된 여군 개별 담화 보고서에 따르면 남성이 우세한 전문 전투기술기재, 기술 장비 운용부대에서 복무하는 여군들이 군 복무 생활에서의 불평등으로 인한 불안 증세를 많이 호소했다.

특히 해군에서 복무하는 일부 여군들 속에서는 ‘여성은 함정에도 오를 수 없는 대상으로, 기술기재를 다룰 줄 모르는 반쪽짜리 군인으로 취급되고 있는 데 대해 차별감과 소외감을 느낀다’는 말이 공통으로 나왔다.

또 성별 구분 없이 매년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 2개월간 실시되는 바다 수영 훈련 때마다 ‘여자가 어차피 배도 못 타고 바다에 나갈 일이 없는데 수영 훈련을 받아서 뭐 하냐’는 일부 남성 군인들의 조롱 섞인 말들을 감내하며 군 복무를 하고 있다는 담화 내용도 종합됐다.

이밖에 해군 소속이지만 육군복을 입은 여군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토로한 내용도 종합돼 보고서에 담겼다. 북한 해군 소속 고사총, 고사포부대들에는 임무 특성상 육군복을 보급하는데, 소위 ‘세라복’을 못 입은 해군이라는 것 때문에 자존감과 복무 의욕이 떨어진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군 개별 담화 보고서를 받아 든 총정치국은 여군들의 이 같은 호소에 동정을 표하면서도 ‘모든 여성 군인들이 조국 보위를 위해 입대한 군인의 본신 임무에 충실하라’고만 할 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는 않았다.

여군 개별 담화가 김정은의 방침 집행을 위한 형식적인 사업으로 그저 그렇게 마무리되자 여군들 속에서는 ‘사업의 목적이 도대체 무엇이었나’, ‘괜히 기대했다’는 씁쓸한 반응이 나왔다.

지금도 북한 해군에서 복무하는 여군들은 잠수함은 물론 일반 함정에도 승선할 수 없는 존재로 남아있다. 세계에서 14번째로 여군 잠수함 승조원을 배출한 나라가 된 한국과는 너무나도 판이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