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인덱스] #11 사형제-국가의 합법적 살인과 효과

/그래픽=데일리NK

사형제에 관한 논란

사형이란, 수형자를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시키기 위해 생명을 박탈, 죽음에 이르게 하는 형벌을 일컫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경우, 1997년 12월 사형을 마지막으로 집행한 이래로 25년이 흘렀다. 국제사회는 대한민국을 실질적인 사형제도 폐지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동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일본은 물론 중국조차도 형법 개정을 통하여 사형이 명시되어 있는 범죄의 범위를 축소하는 추세라고 한다.

사형제에 대한 논란은 국제사회에서도 지속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사형제가 범죄자의 악행을 막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실효성 문제가 있다. 근본적으로 무고한 생명을 구하는데 사형제가 유용한가 여부가 논증될 필요가 있다. 그런데 1988년과 2002년 UN 인권위원회에 의해 광범위한 조사를 진행한 결과 사형제도의 존치가 살인사건 등의 발생억제에 효과가 있음을 밝혀내지 못했다.

북한 당국의 의도는?

사형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기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회 내에서 범죄가 발생하는 근저에서 사회 내부의 모순과 폐단이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범죄자의 척결’만이 능사는 아닌 것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사형제도가 북한에서 유독 강하게 적용되고 있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일 것이다. 사형은 국가권력에 의한 인위적이고 계획적인 죽음이기에 가혹한 성격을 띤다. 사법적 절차의 준수에는 엄밀성이, 사형 집행에서는 윤리적 정당성이 요구된다.

한편으론, 사형제는 국가의 실패를 숨기는 가장 쉬운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사형을 목격하며 공포심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더욱 공권력에 의존하고, 다른 한편으로 압박을 느끼며 국가의 실패에 눈감게 된다. 사형으로 인한 정치적 효과를 국가가 누리는 측면은 분명히 있다.

북한의 사형 실태

북한의 사형은 국책 및 민간 기관의 인권 보고서, 국제 보고서 및 북한 전문 언론지에 의해 널리 보고되고 있다. 각기 다른 조사연구 방법을 통해 사형의 증감 추세와 죄목, 집행방식, 그 내용 면의 적법성, 인권 침해의 기타 측면 등을 측정하고 있다. 본질적으로 북한 당국은 사형에 관한 정보 접근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김정은 집권기 이후 코로나로 봉쇄된 국경 너머 발생하고 있는 사형의 양상에 대해 가능한 한 모든 정보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

북한 형법상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 행위는 살인죄 및 3개의 마약 관련 죄목을 제외하면 주로 국가 및 지도자 보위에 관한 것이다. (통일법제데이터베이스, 2023년 5월 28일 검색)

[1] 북한 형법 상 사형 죄목 (2022. 5.17 수정보충)

법 조항 죄명
제61조 국가전복행위죄
제62조 테로죄
제63조 조국반역죄
제64조 공화국의 존엄모독죄
제65조 파괴, 암해죄
제69조 외국인에 대한 적대행위죄
제70조 민족반역죄
제234조 아편비법채취죄
제235조 마약비법제조죄
제237조 마약밀수, 거래죄
제305조 중살인죄

그런데 이 외에도 ‘일반범죄에 관한 형법부칙’을 통해 몇몇 특정 범죄 행위의 정상이 극히 무거운 경우 또는 잘못을 뉘우치고 마음을 바르게 고쳐먹는 특성, 즉 개준성이 전혀 없는 자에 대해서는 사형을 처할 수 있도록 했다. 김정은 집권기 들어서도 그 내용과 실상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법치와는 거리가 먼 내용을 법제화하고 사형을 집행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공개처형과 반동문화사상배격법

북한의 사형이 특히 반인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 중 하나는 대중이 참관하는 ‘공개처형’ 방식으로 집행되는 것 때문이다. 그런데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이 2021년 12월 15일 발표한 보고서(전환기정의워킹그룹, “김정은 시기의 처형 매핑: 국제적 압력에 대한 북한의 반응” (서울, 2021))에 따르면, 남한 영상 시청·배포 혐의로 공개 처형된 7건 중에서 6건은 2012년부터 2014년 사이 양강도 혜산시에서, 나머지 1건은 2015년 함경북도 청진시에서 벌어진 것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정식으로 이 부문법이 제정된 시점은 2020년 12월이다.

반동문화사상배격법(DailyNK 장슬기 기자,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전문 최초 입수… “어떤 계층 누구든 극형”,’ 2023년 3월 21일자)에 따르면, 제28조 및 제29조에서 사형을 명시하고 있다.

제28조 많은 량의 적대국 영화나 록화물, 편집물, 도서를 류입, 류포하였거나 많은 사람에게 류포한 경우 또는 집단적으로 시청, 열람하도록 조직하였거나 조장한 경우에는 무기로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한다.
제29조 많은 량의 성록화물 또는 색정 및 미신을 설교한 영화나 록화물, 편집물, 도서, 사진, 그림같은 것을 만들었거나 류입, 류포하였거나 많은 사람에게 류포한 경우 또는 집단적으로 시청, 열람하도록 조직하였거나 조장한 경우에는 사형에 처한다.

정신과 말을 통제하려는 강한 의도성

뿐만 아니라, 2023년 1월 제정된 ‘평양문화어보호법’을 통해서도 한국식 언어를 사용하는 자들을 사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58조 괴뢰말투 사용죄, 제59조 괴뢰말투 유포죄). 특히, 제35조에서 ‘썩어빠진 괴뢰문화에 오염된 자들의 기를 꺾어놓고 광범한 군중을 각성시켜야’하기 때문에 ‘공개처형’을 진행한다고 명시하는 점은 국제사회를 경악게 하기 충분하다.

압록강을 통해 유입되는 자본과 문화의 영향에 많은 아이들이 젖어든 세태를 반영한 북한 학부모들은 ‘압록강을 원한의 강’이라 부른다고 한다. 강 연선을 따라 철조망을 촘촘히 칠지라도, 그 안의 작은 틈은 있다. 목숨을 잃을지라도 혹시나 살아남아 새로운 삶을 경험해 볼 수 있다는 가능성과 희망은 인간 본능의 발로(發露)이다. 그 사유의 강을 건너는 사람들에게 국가가 생명을 박탈해야 할 이유를 북한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북한 당국자는 2019년 5월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열린 UPR(국가별 정례인권검토) 심의 중 “극히 드문 경우에 피해자들과 주민들이 공개 사형하여 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는 경우에 그들의 의사를 심중히 고려하여 공개 사형을 하는 적도 있습니다.”라고 밝혔다. 국제사회를 호도하는 북한 당국자의 말이 곧, 합법적 살인의 의지를 보이는 비정한 북한 당국의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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