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NK가 북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전문을 최초 입수했다. 적대국의 영화나 드라마 등을 대량 유입·유포하거나 집단적으로 시청하도록 조장할 경우 사형에 처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입수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전문은 지난해 8월 19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명령 제1028호로 수정 보충된 내용으로, 총 4장 41개 조문으로 구성돼 있다.
제1장(1~7조)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의 정의와 목적 등 기본 사항을 다뤘고, 제2장(8~14조)은 반동사상문화의 유입 경로에 관한 차단 의무가 기술돼 있다. 또 제3장(15~26조)은 전파 매체 및 매개물을 나열하며 반동사상문화 시청·유포 행위 금지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고, 가장 비중이 큰 제4장(27~40조)은 이를 위반했을 경우 받게 되는 처벌이 구체적으로 명시됐다.
외부 문화 유입 부담된 듯…“적들의 사상문화적 침투책동 날로 교활해져”
북한은 법 제1장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의 기본’에서 반동사상문화를 “인민대중의 혁명적인 사상의식, 계급의식을 마비시키고 사회를 변질 타락시키는 괴뢰 출판물을 비롯한 적대 세력들의 썩어 빠진 사상문화와 우리식이 아닌 온갖 불건전하고 이색적인 사상문화”라고 정의했다. 한국 영화, 드라마, 뉴스 등을 비롯한 외부 콘텐츠를 반동사상문화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5조(교양사업강화의 원칙)에서 “국가는 적들의 사상문화적 침투책동이 날로 교활하고 악랄하게 감행되고 있는 조건에서 인민들에 대한 사상 교양을 더욱 강화하여 그들이 반동적인 사상문화에 물젖지 않도록 한다”고 밝혔다. 외부에서 유입되는 콘텐츠가 주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의 제정 배경임을 인정한 셈이다.
특히 7조(반동사상문화배격 질서 위반자에 대한 처벌원칙)에서 “국가는 반동사상문화를 유입, 시청, 유포하는 행위를 저지른 자에 대해서는 그가 어떤 계층의 누구이든 극형에 이르기까지 엄한 법적제재를 가하도록 한다”며 예외 없는 강력한 처벌을 예고했다.
외부 콘텐츠 유입·유포 시 최대 사형…한국식 말투나 외국 휴대전화 사용도 처벌
반동사상문화배격질서 위반에 대한 법적 책임을 다룬 법 제4장의 첫 번째 조항인 27조(괴뢰사상문화전파죄)은 한국 영화나 녹화물 등을 유입, 유포했을 시에 받게 되는 처벌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조항은 “괴뢰영화나 녹화물, 편집물, 도서, 노래, 그림, 사진 같은 것을 보았거나 들었거나 보관한 자 또는 괴뢰노래, 그림, 사진, 도안 같은 것을 유입, 유포한 자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특히 한국 영화나 녹화물, 편집물, 도서류를 유입, 유포했을 때는 단순 시청보다 엄중한 처벌인 무기노동교화형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법 28조(적대국사상문화전파죄)에서는 “적대국의 영화나 녹화물, 도서, 노래, 그림, 사진 같은 것을 보았거나 들었거나 보관한 자 또는 적대국 노래, 그림, 사진, 도안 같은 것을 유입, 유포한 자는 5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밝히고 있다.
27조와 마찬가지로 28조 역시 외부 콘텐츠를 보거나 들었을 때보다 유입, 유포했을 때의 형량이 무거운데, 북한은 이 경우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또 많은 양을 유입, 유포했거나 많은 사람에게 유포한 경우, 집단적으로 시청, 열람하도록 조직하거나 조장한 경우에는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한다고 별도로 적시했다.
29조(성녹화물, 색정, 및 미신전파죄)는 성녹화물이나 색정 및 미신을 설교한 영화나 편집물, 도서, 사진 등을 보거나 보관했을 때의 처벌 형량을 담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28조와 동일하게 최소 5년의 노동교화형에서 최대 사형까지로 동일한 형량을 적용했다.
이밖에 법 32조(괴뢰문화재현죄)는 “괴뢰식으로 말하거나 글을 쓰거나 괴뢰창법으로 노래를 부르거나 괴뢰서체로 인쇄물을 만든 자는 노동단련형에 처하고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2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제정된 ‘평양문화어보호법’은 바로 이 법 조항을 바탕으로 처벌 규정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채널이 고정된 TV나 라디오를 불법적으로 조작해 외부 콘텐츠를 시청·청취한 자(33조), 한국 영상 또는 성녹화물의 유입, 시청, 유포 행위를 알고서도 신고하지 않은 자(34조), 불법적으로 손전화(휴대전화) 조작체계 프로그램을 설치해주거나 다른 나라의 손전화를 보관한 자(35조), 자녀들에게 교육 교양을 무책임하게 하여 반동사상문화범죄가 발생하게 된 경우(37조)도 노동단련형, 노동교화형 또는 벌금형 등의 처벌을 받게 된다. 범죄를 저지른 자녀뿐만 아니라 부모도 연좌제적 처벌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2020년 제정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지속 수정·보충…주민 통제 근거로 활용
북한은 지난 2020년 12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12차 전원회의에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했다. 당시 노동신문은 “반사회주의사상문화의 유입·유포 행위를 철저히 막고 우리의 사상, 정신, 문화를 굳건히 수호함으로써 사상진지, 혁명진지, 계급진지를 더욱 강화하는 데서 모든 기관, 기업소, 단체와 공민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준칙들을 규제했다”고만 전했을 뿐 그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본보는 2021년 1월 북한이 발행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설명자료를 입수해 법 위반 시 처벌 형량 등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보도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단독] “南영상물, 대량 유입·유포 시 사형”…대남 적개심 노골화)
다만 이번에 입수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전문은 2021년 입수한 설명자료와 일부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당시 설명자료에는 법 27조 등의 처벌 형량이 ‘5년부터 15년까지의 노동교화형’으로 돼 있었으나 이번 입수한 전문에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노동교화형’,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10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으로 명시돼 처벌 규정이 다소 수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2021년 입수한 설명자료 27조에는 “남조선 영화나 녹화물, 편집물, 도서를 유입, 유포한 경우에는 정상에 따라 무기노동교화형 또는 사형에 처하며 집단적으로 그것을 시청, 열람하도록 조직하였거나 조장한 경우에는 사형에 처한다”고 돼 있었지만, 이번에 입수한 전문 27조에는 사형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았다. 북한이 2022년 8월 해당 법을 개정하면서 일부 조항을 수정·보완한 것으로 보이나 개정 배경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다음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