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혜산서 절도죄로 수사받던 20대 ‘탈주’…사연은?

주민들 "뇌물만 주면 범죄자도 언제든 풀어주는 안전부가 더 문제" 비난 목소리 높아 

/그래픽=데일리NK

북한 양강도 혜산시 안전부가 최근 절도죄로 수사를 받다 달아난 20대 남성에 대한 공개 수배에 나섰다.

5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혜산시 안전부는 지난달 중순께 안전부 구류장에서 구속 수사를 받던 20대 후반의 남성 김 모 씨가 도주하자 즉시 그의 신원을 공개하고 공개 수배를 시작했다.

김 씨는 절도죄로 노동교화형을 받던 중 교화소에 뇌물을 주고 병보석으로 풀려났으나 보석 기간에 또다시 절도 범죄를 저질러 혜산시 안전부에 구류된 상태였다.

소식통은 “김 씨가 수사를 받다가 안전부의 감시가 허술한 틈을 타 도주했다”면서 “그가 달아나자 혜산시 안전부에서 큰 소동이 났다”고 전했다.

본보가 입수한 공개수배 자료에는 김씨의 사진과 함께 생년월일, 키, 헤어스타일, 차림새 등이 자세히 담겨있었다.

김 씨는 도주 당시 겨울용 얼룩무늬 귀마개와 함께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있는 동복 브랜드인 국방색 ‘진성’ 패딩에 검은색 바지, 앞코가 뾰족한 검은색 겨울 구두를 착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공개수배 자료에는 김 씨의 가족이 이미 월남(탈북)한 상태이고 그 역시 불법월경 전과가 있다는 사실도 적시돼 있다.

소식통은 “안전부는 도주자의 가족이 이미 월남한 상태고, 그 역시 월경 전력이 있어 이미 압록강을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씨는 병보석으로 풀려난 뒤 특별한 직업이 없이 방랑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명확한 거주지와 직장이 없어 동선을 파악하기 어렵게 되자 안전부가 즉시 공개 수배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절도범의 도주로 공개수배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혜산시 주민들은 일반적인 범죄 사건을 계기로 통제를 강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드러내고 있다.

소식통은 “이미 지난해에도 혜산시에서 비슷한 공개 수배가 여러 번 있어서 사람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며 “오히려 새해부터 첫 수배 사건을 빌미로 일부러 사회적으로 긴장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 같다고 불만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주민들은 ‘김 씨가 뇌물을 주고 병보석으로 풀려난 것 자체가 문제’라며 안전부의 처사를 비난하고 있다.

소식통은 “최근 강도나 절도 행위가 성행하면서 사람들의 불안이 높아진 상태”라며 “이번 일로 뇌물만 주면 아무런 대책도 없이 범죄자를 풀어주는 사법당국에 대한 불신과 비난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