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평양 건설장에 보낼 물자 지원 강요… “먹고 살 겨를이 없다”

평안남도, 주민들에게 콩·강냉이·담요·장갑 등 물품에 돈까지 내라 요구…주민 불만 ↑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3월 19일 화성지구 2단계 살림집 건설장에 지원물자를 보내는 보통강수산물상점의 일꾼들과 종업원들을 소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송신·송화, 화성, 서포지구 등 평양 살림집 건설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주민들에게 건설 현장에 보낼 물자 지원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갈수록 당국의 지원물자 요구가 잦아지자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11일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평안남도 내 모든 인민반에 평양 주택 건설장에 지원할 물자를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당국이 제시한 구체적인 지원물자 품목은 1인당 콩 500g, 볶은 강냉이(옥수수) 500g, 담요 3장, 장갑 2켤레 등으로, 이 물자들은 모두 평양 서포지구 건설장에 파견돼 있는 돌격대원들에게 전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북한은 ‘대중운동’이라는 명목으로 도내 주민들에게 1인당 북한 돈 5만원씩의 기금을 납부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북한은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십시일반 모아 국가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의미에서 ‘대중운동’이라 일컫고 있지만, 실상은 주민들이 기금을 내지 않으면 인민반장으로부터 채근당하거나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아 사실상 강제 헌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북한 돈 5만원이면 시장에서 쌀 9kg을 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에게는 적잖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게 소식통의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매체들은 각 기관이나 지역에서 건설장에 지원물자를 보냈다는 선전용 기사를 게재해 국가 건설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유도하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3월 19일 화성지구 2단계 살림집 건설장에 지원물자를 보낸 보통강수산물상점의 일꾼들과 종업원들을 소개하는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당시 신문은 해당 상점의 직원들이 매주 금요일마다 건설장을 찾아 한꺼번에 수백 명이나 1000여 명분의 식사를 보장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북한 매체들이 이처럼 주민들의 물자 지원을 미담으로 선전하고 있는 것과 달리 실제 주민들은 당국의 강제적인 지원 요구에 곤혹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소식통은 “얼마 전에도 농촌전투가 시작되기 전에 농장에 지원자금을 보내야 한다며 1인당 3000원씩 내게 했고 지난 겨울에도 영예군인들 도와줘야 한다면서 1인당 연탄 30개에 해당하는 돈을 내라고 했다”며 “각종 지원물자를 다 주민들이 내게 하니 먹고 살 겨를이 없다”고 말했다. 지원 요구에 대한 주민 불만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과거에도 북한 당국은 국가가 주도하는 건설장에 필요한 자재와 인력, 인력에게 보급할 식량, 건설 도구까지 모두 주변 지역 주민들이 부담하도록 해왔다”며 “김정은 시대 치적 사업들이 건설에 집중되면서 주민들이 떠안아야 하는 부담이 커 불만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