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 일로 바쁜데 도움은 커녕 선동에만 골몰…농장원들 불만

노골적으로 의견 낸 농장원 리당 불려가 비판서 써… "아직도 농사의 중심이 뭔지 모르고 있다"

황해남도 안악군 덕성농장에서 선전선동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개성시 농장들이 한창 영농 준비로 바쁜 시기에 선동에만 골몰하는 시 당위원회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성시 소식통은 2일 데일리NK에 “개성시 당위원회가 농사 준비로 바쁜 농장들에 사람들을 투하해 지원할 대신 단위별 정치경제선동 활동을 분담해 주고 선동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농장들에서 불만이 새어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개성시당은 시내 기관 기업소나 학교들에 정치경제선동 활동 분량을 정해주고 수행 건수를 보고할 데 대한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각 단위는 한창 바쁜 농사일을 도와주기는커녕 싹 다 선동에만 달라붙어 연습을 벌이고 포전에 나와서는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시를 읊고 돌아가고 있어 농장 일꾼들과 농장원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실제 개풍군의 한 농장에서는 정치경제선동을 나온 도시의 간부, 노동자들이 태산같이 쌓인 하루 일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농장원들을 전부 선전실에 불러들여 1시간 이상 청취하게 해 ‘이 바쁜 시기에 이것이 과연 옳은 행위인가’하는 농장원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서 한 농장원은 큰 소리로 “정치경제선동 활동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나 1분이라도 더 땅에 더 손이 가야 하는 바쁜 시기에 이것은 시간 낭비”라고 노골적으로 의견을 냈다는 전언이다.

특히 그는 “일하는 시간에 농장원들을 불러들여 노력공수(노동 일수나 강도에 따라 측정한 총량)도 제대로 못 하게 한다”며 “농장에 왔으면 온 마음을 다해서 농장 일을 도와주고 농장 일을 못 돕겠으면 방해나 하지 말라”고 호소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지금 정치경제선동 활동에 온 시가 달라붙어 노래하고 춤을 추니 오히려 일에 방해가 된다”면서 전체 농장원들의 심정을 대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농장원은 곧 사상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리당위원회에 신고됐고, 이후 리당에 불려 다니며 비판서를 썼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리당은 그에게 이런 행동을 또다시 하게 된다면 더 크게 문제 삼을 것이라며 엄중하게 경고한 상태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일반 농장원뿐만 아니라 농장 일꾼들도 시당의 정치경제선동 활동 방침에 머리를 젓고 있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들은 농사를 하루 이틀 짓는 것도 아니고 해마다 품들이고 손 놓을새 없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데 당에서는 아직도 농사의 중심이 뭔지 모르고 있다며 내적으로 비판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