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 주민의 여러 불법 행위를 비난하는 내용의 주민교양용 영상물을 배포했다.
본보가 소식통을 통해 입수한 4분 30초짜리 영상물에는 내부에서 비밀스럽게 종교 활동을 한 여성을 비난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영상에는 이뿐만 아니라 이 여성의 미신, 탈북, 간첩 행위를 비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해당 영상은 과거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에도 이 영상을 주민 교양용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말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한 북한이 과거 제작 영상을 다시금 배포하면서 주민 단속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영상은 먼저 대학을 졸업한 이 여성이 고난의 행군 시기 생활고에 시달리자 요행을 바라면서 미신에 빠졌고, 점쟁이들을 찾아다녔다는 말로 시작한다. ‘고난의 행군’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수년이 지난 과거 사례를 다룬 것으로 보인다.
이어 영상은 이 여성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나열하며 조목조목 비난한다.
영상에 따르면 이 여성은 한 점쟁이로부터 서북쪽으로 가면 귀인을 만나 도움을 받게 된다는 말을 듣고 어느 해 겨울 삼촌이 있는 이웃 나라(중국)로 가기 위해 국경을 넘었다. 그러나 사실 이는 점쟁이가 비법월경(탈북)으로 부추기기 위해 꾸며낸 거짓말이었고, 결국 갈 곳이 없게 된 이 여성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이국의 거리를 헤매며 천대와 멸시를 받았다.
북한이 영상에서 이 같은 내용을 언급한 것은 미신 행위의 위험성, 탈북 후 생활의 어려움을 부각해 주민들의 공포심을 자극하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내부 기강을 다잡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그리고 영상은 이 여성이 우연히 한국 정보기관의 위장 교회에 가게 됐으며 그곳에서 반공화국 교육을 받고 간첩 행위를 했다는 내용으로 이어진다.
한국 정보기관으로부터 북한에 지하 종교망을 조직할 데 대한 임무를 받은 이 여성이 조국으로 돌아와 죄과를 따져 묻지 않는 당의 관대 정책을 악용해 법 기관에 자수하고 간첩 임무를 수행했다는 것.
구체적으로 이 여성이 함흥, 청진 등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불평 불만자들, 병을 앓는 자들, 과거 종교와 미신을 믿던 자들을 찾아내서 돈과 물건으로 매수하고 종교 교리를 선전했으며, 사리원시에서만도 여러 명의 불건전한 자들을 망라해 지하 종교망을 조직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여성이 바쁜 농번기에도 일요일을 안식일로 정하고 사람들을 모아 몰래 종교 활동을 이어갔으나 경각심 높은 주민들의 신고에 의해 적발됐다고 밝혔다.
결국 해당 영상은 미신, 비법월경, 간첩, 종교 행위 등 북한 당국이 금기시하는 여러 행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는 한편, 노동당의 관대함을 선전하고 주민들의 경각심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배포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