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이제 시간은 북한편이 아니라 우리편이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여 국빈(國賓) 방문 형식으로 진행된 ‘윤석열-바이든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강화된 핵확장억제력 제공을 공식문서화한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채택(4.27)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남다른 생각이 들어 이 글을 쓴다. 윤석열 정부, 더 크게는 자유 대한민국 외교의 자랑스러운 승리이다.

* 『워싱턴 선언』 핵심: ①한·미 간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 신규 창설 ②핵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nuclear ballistic missile submarine·SSBN) 등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정례 전개(regular deployment) ③미국의 핵자산 관련 정보 공유 확대(2023.4.27. 중앙일보 보도 인용)

대한민국 외교의 제1, 2 금자탑

역대 우리 외교의 제1 금자탑은 뭐니 뭐니 해도 1953년 10월 1일 이승만 대통령이 세계 제1대국 미국과 동등한 자격으로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것이다. 그 이후 대한민국은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협력과 경제지원을 기초로 산업화, 민주화, 세계화에 매진함으로써 세계인들이 칭송하는 일류국가로 발돋움하였다.

이번 『워싱턴 선언』은 일종의 ‘제2의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의 핵위협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나토급 핵협의체’ 창설을 통해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을 종식시키고 자유 대한민국의 중단없는 전진과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쾌거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점은 한미가 정상회담 공동성명의 일부가 아닌 별도문건(別途文件)으로 채택하고 “한국에 대한 북한의 핵공격은 미국의 핵을 포함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다”는 표현을 담은 데서 잘 나타나고 있다. 대한민국의 75년 안보·국익 외교에 있어 제2의 금자탑이 아닐 수 없다.

북핵 대응 기저

필자는 평소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점증하는 북한 핵선제공격 위협, 공갈 시대에 대처해 나가기 위해서는 보다 근원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자체 핵무장’이 가장 확실한 북핵 억제 수단이지만, 무역 강국이자 국제법을 존중해야 하는 대한민국이 국제비확산조약(NPT)을 어겨 국제사회로부터 경제·외교 제재를 받을 수는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는 차선책이 있다.

차선책의 구체적 방법에는 선후가 따로 없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할 조치는 《한미가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 즉 ‘북핵도발=김정은정권 멸망’이라는 점을 확고히 함으로써 김정은의 핵도발 의지를 무력화하는 것이고 ▲그런 연후에 이 같은 방패막을 기초로 3축 체계 완비를 통한 자강력 강화에 속도를 내면서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북한과의 협상·선의에 기초한 비핵화에만 올인할 것이 아니라, 《북핵 무용화》를 위한 다양한 활동에 보다 방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을 줄곧 주창해왔다.

그래서 필자는 지난해 3월 세부 실행방안의 하나로 대통령 당선인에게 “『윤석열-바이든 선언』을 준비하자”(2022.3.21. 데일리NK 곽길섭 북한정론)는 제안을 했었고, 실제로 5월에 진행된 서울 한미정상회담에서 “핵에는 핵으로 대응한다”는 원칙이 천명된 바도 있었다. 그 이후 핵확장억제력 제공 의지를 북한을 비롯한 내외에 보다 확실히 인식시키기 위해서는 “핵에는 핵으로 응징한다”는 점을 아예 공식 문서화(文書化)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번에 그것이 실현되었다. 모두가 쌍수 들어 환영하고 박수쳐야 할 일이다.

김정은의 복잡한 속내

이제부터 김정은은 국제정치학에서 얘기하는 ‘안보딜레마’(군사력 증강 대결 악순환)에 빠져들 것이다. 이 딜레마에서 경제력이 절대 열세인 북한이 불리하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초조해질 것이 뻔하다. 얼마 전 ‘화산-31형’ 전술핵 무기를 공개하면서 핵공갈을 더욱 노골화했지만, 이제부터는 셈법이 복잡해지지 않을 수 없다.

“그 언제든, 그 어디에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완벽하게 준비…상상을 초월하는 강력하고 우세한 핵무력이 공세적인 태세를 갖춰야 한다”(2023.3.28. 김정은)

그렇지만, 김정은이 지금의 핵 강경노선을 순순히 접을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다. 2011년 12월 집권 이후 올인해 온 핵개발이 이제 9부 능선에 와 있는 데다가, 특히 국방 및 무기발전 5개년 계획(2021~2025년)에 기초하여 정찰위성을 비롯한 핵전력 운용체계를 완비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월 27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언제 어디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완벽하게 준비되어야 한다”면서 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재차 지시했다. 신문은 ‘화산-31’로 명명된 것으로 보이는 새 핵탄두가 대량생산된 모습도 전격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의 향후 행보 예상

가장 먼저 김정은은 한미정상회담에 대한 비난전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다. 내부 결속은 물론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점은 자력갱생과 중·러와의 교류 확대를 통해 타결해 나갈 것이다. 속칭 그럭저럭 버티기(muddling through) 전술이다.

이런 가운데 안보 자주권, 우주의 평화적 이용, 미국의 이중기준 적용 부당성 등을 강조하면서 기계획된 핵전력 강화를 위한 활동을 실행해 나갈 것이다. 북한은 이미 정찰위성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정각 발사 등을 예고한 상태이며 지난해부터 핵탄두 소형화·경량화를 위한 7차 핵실험 가능성도 예측되고 있다.

게다가 이른바 반미투쟁월간(6.25~7.27)도 다가오고 있다. 김정은이 연초 올해 휴전(북한은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일로 지정) 70주년의 의의를 강조한 바 있어 다양한 선전선동 공세가 예상된다.

따라서 김정은은 ▲당분간 ‘강대강’ 기조하에 핵전력을 고도화하면서 ▲전쟁 발발 위협을 통해 내부적으로는 체제결속, 대남·대미 측면에서는 남남갈등과 한미 이간을 도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조는 미국 대선과 한국 총선이 있는 2024년 초까지는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우리의 대응방향

이번 『워싱턴 선언』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김정은의 셈법을 바꿀 수 있는 고강도 압박 카드이자 안보 방패막임은 분명하지만 완전한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그러므로 안도해서는 안 된다. 김정은의 핵도발 의지를 근원적으로 꺾고 《세계로 미래로 통일로》 나아가는 대전략·전술을 끊임없이 창안, 추진해 나가야 한다.

북한의 핵전력 실전 배치로 모든 상황은 과거와 달라졌다. 현재 한반도 핵위기는 대화로 해결하기 어려운 국면으로 진전되었다, 그렇다고 단기적인 고강도 압박만으로도 해결할 수 없다. 지난한 과정을 각오해야 한다.

향후 윤석열 정부의 대응 기조는 《장기적·입체적 관점에 기초한 정공법》이 되어야 할 것이다.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에 보다 당당해야 하고 국제사회와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혹여 김정은이 대화 제의를 하더라도, 비핵화 문제가 의제에 포함되지 않으면 테이블에 함께 앉을 수 없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중재자가 아닌 당사자이고, 북한의 수많은 도발-합의-파기-도발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대한민국 정부가 오로지 북핵 문제에만 매달려 있어서는 안 된다. 글로벌 중추국가답게 더 큰 시각과 행보로 핵위기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 특히 북한을 민주화, 정상국가화함으로써 북핵을 넘어 북한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민관군의 유기적·입체적 활동도 더욱더 치밀하게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국민들에게도 당부한다. 막가파 김정은은 상대하여 원칙 있는 대북정책을 수행해나가는 과정에서는 다소의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어느 정도의 불편함도 감수해야 한다. “전쟁이냐 평화냐”의 오도된 선전선동에 현혹되어서도 안 된다. 가짜평화가 아닌 영속적인 진짜평화를 얻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대한민국·통일한국을 미래세대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는 공짜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이제부터 시간은 북한편이 아니라 우리편”이라는 점이다.

필자의 대북정책 16자 방침 ‘유비무환(有備無患), 국론통합(國論統合), 주동작위(主動作爲), 적수천석(滴水穿石)’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글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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