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혁명학원’ 교육체계 개편…김정은 현지지도 효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2년 10월 12일 만경대혁명학원에서 진행된 만경대혁명학원·강반석혁명학원 창립 75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만경대혁명학원과 강반석혁명학원의 교육체계 개편은 물론 교사 평가제 도입과 시설 보강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혁명유자녀 교육을 강화해 젊은 엘리트들의 충성심을 끌어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25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지난해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두 학교를 최고의 표준 본보기라고 치하하시면서 혁명의 핵심 골간이자 장차 혁명 위업의 대를 이어 나갈 원아들을 최고의 인재로 육성하기 위해 혁명학원 교육을 일반 학교 과정과 달리하고 혁명학원만의 고유한 교육 내용과 교수 방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시하셨다”고 말했다.

만경대혁명학원과 강반석혁명학원은 혁명유자녀들을 위한 북한 최고의 엘리트 교육기관이다. 북한 체제 유지의 핵심이 되는 충성심 높은 엘리트들을 양성하는 곳인 만큼 일반 학교와는 다른 교육커리큘럼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만경대혁명학원을 방문한 김 위원장은 “만경대혁명학원을 교수 교양에서 전국의 본보기 학교, 모든 교육 단위가 아득히 올려다보는 학교우(위)의 학교로 만드는 것이 우리 당의 혁명 학원 강화의 원칙적 요구”라고 밝혔다.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초기 혁명학원 창립 시기로 가정하고 다시 시작한다는 심정으로 교육 내용과 교수 방법을 질적으로 새롭게 꾸리라는 현지 말씀이 있었다”면서 “전민 과학·기술 인재와 중등 교육 과정의 전국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혁명학원의 교육 수준을 끌어올리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두 혁명학원은 2024년 4월 1일부로 제1고급중학교와 기술고급중학교 교재를 이용한 특수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준비 중이며, 여기에 토론·실험·실습·조별 활동 등 다양한 교육 방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은 원생들의 심리학 교육 시간을 배로 늘리고 호상(상호) 토론 시간도 갖도록 한다는 계획인데, 이는 혁명유자녀들이 사회성을 갖추고 다방면에 뛰어난 인재로 성장하게 하려는 조처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한편 소식통은 “혁명학원 원아들을 무조건 나라의 역군이자 미래를 책임지는 수재들로 키워내 혁명의 핵심 골간을 굳건히 해야 한다는 현지 말씀은 수재교육법 제정으로 이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 당시 언급한 내용들을 뒷받침하기 위해 수재교육법을 제정했다는 이야기다.

북한은 지난 2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제14기 제24차 전원회의에서 수재교육법을 채택한 바 있다. 북한 매체에 따르면 수재교육법에는 전문 분야별로 특출한 인재들을 키워낼 수 있게 정연한 수재교육 체계를 세우고 더욱 완비해 나가며, 수재교육 기관과 단위의 학생 선발과 교육 강령 작성, 교육 조건 보장 등에 필요한 내용이 반영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2년 10월 16일 만경대혁명학원을 찾아 원생들을 격려하고 학원 곳곳을 둘러봤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 학원 창립 75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12일 이후 나흘 만에 다시 이곳을 찾았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교직원 역량 강화를 위한 평가제도 마련시설·급식 부문에도 신경 써

북한은 두 혁명학원 교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도를 마련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소식통은 “원생들이 매년 학년말 시험을 마치고 분과, 과목별 교원들의 자질과 교수 내용을 평가해 간부 사업에 인용한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른바 ‘교원 평가제’를 도입해 교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아울러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 이후 혁명학원 교직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 작업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지난해 12월은 국가 교원 급수 시험을 칠 시기가 아니었지만, 혁명학원 전교 교원들을 대상으로 시험을 치렀고, 올해 1월 이를 총화해 제대 및 조동(전출) 대상을 발표했다”면서 “이후 김일성대, 김책공대, 김형직사범대, 평양교대에서 우수한 남녀 선생 중 토대가 좋은 성원들을 선발해 군복을 입혀 전문 과목 교원들로 새로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종업원들도 대거 교체됐다”며 “충실성과 성실성이 낮거나 출퇴근 거리가 먼 사람들을 우선 퇴직시켰다”고 말했다.

이밖에 북한은 두 혁명학원의 시설과 급식 부분에도 크게 신경을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시설은 내외부로 나뉘어 국가 관심 대상으로 정비 중”이라며 “내부는 식당, 침실, 교육관 설비들을 전부 교체할 계획이며 외부는 수령님(김일성) 때 지어진 본관을 비롯해 오래된 건물들에 금이 가고 색이 바랜 것들을 정비 보강하고 창문을 이중늄창(알루미늄)으로 교체하라는 지시도 내려와 집행 중”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식사 부분에서는 하루 식단 공급량을 재정립했으며, 8~10살, 11~14살, 15~18살을 기준으로 한 월간 식사 계획표를 당 조직지도부가 직접 비준하도록 했다”며 “성장발육에 맞는 수산물, 육류, 알, 남새(채소), 과일, 간식까지 모두 공급한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이 이렇듯 엘리트 교육기관에 관심을 쏟는 배경에는 젊은 엘리트들의 충성심을 끌어올려 사회주의 체제를 굳건하게 유지해나가겠다는 당국의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소식통은 “원수님 방문 이후 혁명학원의 변화를 경험한 원생들은 당이 자신들을 혁명의 핵심 골간으로 여긴다는 사실에 더 자부심을 갖게 됐고 그들의 부모들 역시 대를 이어 충성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며 “학생이나 학부모나 모두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