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책공대 박사원생 대상 태양절 특별강연서 ‘괴뢰말’ 근절 강조

손전화→휴대폰, 유희→게임, 비데오→동영상 등 전문용어에서 남한식 말투 사용 말라 지적

김책공업종합대학 본교사. /사진=김책공업종합대학 홈페이지 화면캡처

북한 국가보위성이 김책공업종합대학 박사원을 대상으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 규범 해설을 골자로 한 태양절(4월 15일, 김일성 생일) 특별강연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11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중앙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 소속 국가보위성 간부가 출연해 김책공대 박사원생들에게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 평양문화어보호법의 정확한 법규를 설명하는 태양절 특별강연이 지난 7일과 8일 이틀 연속 진행됐다”고 전했다.

통상 태양절 강연은 선대 수령의 업적을 칭송하는 기념 강연 형식으로 진행됐으나 이번에는 3가지 법 규범 해설을 위대성 강연보다 우선해 진행했다는 전언이다.

또 당 및 청년동맹 등 정치조직이 집행하는 태양절 기념 강연의 기존 형식을 깨고 국가보위성이 나섰다는 점 역시 이례적이다. 북한 내 핵심 기술 일꾼들을 양성하는 김책공대 박사원에도 자본주의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것에 대한 대책 마련 차원으로 풀이된다.

북한이 지난 2020년 채택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는 외부 문물을 유입, 유포하는 행위 등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풍조에 관한 단속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리고 2022년에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의 주 타깃인 청년세대의 사상 단속을 법제화한 청년교양보장법을 제정했고, 올해에는 남한식 말투·표현을 비롯한 외국식 말투를 단속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했다.

특히 북한은 평양문화어보호법에 ‘남한식 말투로 말하거나 글을 쓴 경우 최소 6년 이상의 노동교화형, 최대 사형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아 북한 주민들의 언어 사용을 전면 통제하려는 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책공대 측은 박사원생들에게 “이번 강연은 태양절을 보다 뜻깊게 맞이하기 위한 국가적 조치에 따라 진행되는 긴급 법규 해설 강연”이라면서 평양 문화어가 아닌 어휘표현으로 전문용어를 쓰는 행위를 근절할 것을 특별히 강조했다.

강연자인 국가보위성 간부는 박사원생들을 모아놓고 “김책공대 박사원생쯤 되니 평양시 거주나 간부 사업 토대는 든든히 닦아놓은 듯 착각하고 반동적이고 비문화적인 어휘를 전문용어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쓰는 행위가 지난 기간 박사원들 속에서 노골적으로 나타났다”며 법적 처벌을 받은 박사원생들에 대한 대학 보위부 자료와 결부해 법규 해설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기술종합대학의 최고 전당인 김책공대 박사원생들 속에서 전문용어를 사용하면서 괴뢰말 찌꺼기를 쓰는 행위를 근절하고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좋은 말로 교양할 때 자각적으로 고치며 호상(상호) 비판도 강화해 수상한 발언과 행동에 대해서는 대학의 당, 안전, 보위기관에 제때 신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강연 마감에는 “당에서 김책공대 박사원생들을 얼마나 금싸라기처럼 아끼는지 알아야 한다”면서 고쳐야 할 용어를 실례를 들어 설명했다.

강연자는 손전화를 휴대폰이라고 하거나 통보문을 메시지라고 하고, 유희를 게임이라고 하고, 비데오를 동영상이라고 하는 등의 예를 들어가며 “전문용어에서 괴뢰말 찌꺼기를 사용하는 사람이 유식한 것처럼 하는 것은 잘못된 사회적 풍조”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학 당위원회는 국가보위성 주도로 김책공대 박사원생 대상 태양절 특별강연이 진행된 후 바로 ‘말은 곧 그 사람의 사상을 표현한다’는 내용으로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철저히 준수할 것을 강조하는 강연을 학사과정 학부별로 진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