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의 군수 자금’ 상납 지시에 돈 꾸러 다니는 北 일꾼들

北, 중국에 나가 있는 일꾼들에 과제 내리고 완수 강조…1인당 2000위안부터 모금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 위치한 북한 영사관 외관. /사진=데일리NK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하면서 위력한 핵무기들을 생산해내는데 박차를 가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가운데, 최근 중국 내 무역 및 대외 봉사 부문에 ‘조국의 군수산업을 돈으로 지원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데일리NK 중국 현지 소식통은 30일 “북한이 여기(중국) 있는 무역대표부와 봉사 및 생산 근로자들에 ‘조국이 가장 어려울 때 해외 무역 부문 일꾼들과 대외 봉사 부문 근로자들은 조금 자고 덜 먹으면서라도 충성의 군수 자금을 모금해 조국의 군수산업에 이바지해야 한다’는 지시를 내려 북한 일꾼들이 여기저기 돈을 꾸러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군수산업을 비약적으로 급속히 발전시켜 누구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는 핵 강국이 되기 위한 물질 기술적 토대에 한몫한다는 비상한 각오를 해야 한다’면서 충성의 군수 자금 상납과제를 무조건 수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태양절(4월 15일, 김일성 생일)을 맞으며 충성의 군수 자금 상납을 1차로 완수할 것을 긴급히 주문하면서 한치의 에누리도 없이 과제량을 보장할 것과 대외에 이 사실이 알려지지 않게 비밀을 보장할 것을 철저히 당부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중국 현지에 나와 있는 무역대표부 일꾼들이나 현장 책임자들은 충성의 군수 자금 상납과제가 내려졌다고 설명하면서 중국 대방(무역업자)들이나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러 다니고 있어 북한 당국이 이 같은 지시를 내렸다는 게 이미 소문으로 다 퍼졌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현재 북한 무역대표부 일꾼들이나 현장 책임자들은 중국 대방이나 지인들을 찾아가 “조국이 어렵다고 돈을 들여보내라고 할 때 보내지 않으면 평상시에 백번 잘해도 소용없다. 한 번만 돈을 꿔달라. 나중에 이자까지 잘 쳐주겠다”며 사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어떤 일꾼은 돈을 빌리면서 은행에서 달러로 바꿔달라 요청하고 있고, 또 어떤 일꾼은 특정 계좌로 이체하면 된다고 안내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북한 무역일꾼들은 충성의 군수 자금으로 1인당 2000위안(한화 약 38만원)부터 모은다고 했다”면서 “이들은 ‘조국으로부터 갑자기 소환 지시받으면 빚쟁이, 사기꾼이 된다’며 자기들의 처지를 한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국 대방들과 지인들은 과제를 수행하려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북한 일꾼들을 측은해하면서도 ‘돈을 끌어가는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며 결국에는 북한 핵을 만드는데 후원하는 게 아니냐’면서 돈 빌려달라는 요구를 거절하기도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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