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노동력 제공하니 후원금 내라는 北…中 공장들에 ‘갑질’

노동자 1인당 최소 50위안 요구…소식통 “값싼 노동력 제공하는 것에 대한 성의 표하라는 뜻”

2019년 10월 15일 단둥 조중우의교 북한 여성 노동자들
2019년 10월 북한 여성들을 태운 버스가 조중우의교를 건너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중국 랴오닝성 단둥으로 들어가고 있다. 중국 단둥으로 출근하는 노동자들로 추정된다.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자국 노동자를 채용하고 있는 중국 기업에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돈이나 쌀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값싼 노동력 제공을 무기로 내세워 외화벌이를 하고 있는 셈이다.

28일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무역회사들이 지난달부터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를 채용하고 있는 중국 공장들을 상대로 돈이나 쌀을 후원하라는 요구를 노골적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북한 무역회사들이 집단적으로 중국 공장들에 후원금 명목의 돈이나 쌀을 요구하는 것은 북한 당국의 지침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북한 노동자를 채용하고 있는 의류·전자·냉동식품 공장 등 상당수의 중국 공장들이 북한 무역회사로부터 이러한 요구를 받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 무역회사 측은 ‘자발적인’ 후원금 납부라고 주장하지만, 노동자 한 사람당 최소 50위안(한화 약 9500원) 이상을 요구하는 등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기도 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50위안만 놓고 보면 큰돈은 아니지만, 북한 노동자 200명을 채용하고 있는 공장이라면 총 1만 위안(약 190만원)을 납부해야 해 부담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소식통은 “북한이 자국 노동자를 채용하고 있는 중국 공장들에 직접적으로 후원금을 요구하는 것은 값싼 노동력을 지속 제공하는 것에 대한 성의 표시를 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중국 공장들이 자국민(중국인)을 채용하면 월 8000~12000위안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고 사회보험도 부담해야 한다. 반면 북한 노동자들은 노동량과 기술에 따라 임금에 차이는 있지만 보통 중국 임가공 공장에서 2300~2500위안의 월급을 받고 있다.

북한 노동자를 채용했을 때 비용이 1/4 수준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값싼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중국 공장들은 북한 노동자 채용을 선호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원자잿값이 상승하면서 노동 비용을 줄이려 값싼 북한 노동력에 관심을 보이는 중국 기업들이 많아졌다는 전언이다.

중국 내에서 북한 노동력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인지해서인지 북한은 자국 노동자를 채용한 공장들에 당당하고 노골적으로 후원을 요구하는 실정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한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지난 2017년 채택한 결의 2397호를 통해 북한 노동자를 2019년 12월까지 송환하도록 규정했으나 북한은 여전히 해외에 파견한 노동자들을 통해 외화를 획득하고 있다.

본보의 취재에 따르면 현재 중국 랴오닝성(療寧)성 단둥(丹東)에만 북한 노동자 8만 명이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북한 노동자 단둥에만 8만 명…코로나 검사 과정서 밝혀져)

이런 가운데 북한 무역회사들은 지난해 중국 기업들과 인력 교체 및 임금 인상에 대한 계약서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새로운 북한 노동력이 중국에 파견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