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판 OTT ‘생활의 벗’ 주민들 사이 인기…10집 중 4집 이용

스트리밍도 가능하지만 주민 대부분 다운로드 방식 선호…공개 콘텐츠 선정은 노동당 관할

생활의벗
북한에서 개발한 영화 사이트 ‘생활의 벗’이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북한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 홈페이지 화면캡처

북한판 OTT(Over The Top)라 할 수 있는 ‘생활의 벗’이 주민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컴퓨터, 노트북, 스마트폰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고 업데이트도 자주 이뤄져 주민들이 많이 찾는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 내부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에 “생활의 벗은 여행자, 부양(가정주부), 아이, 학생들 등 다양한 계층이 이용한다”며 “농촌이나 산골은 10집 중 2집, 대도시는 10집 중 4집이 생활의 벗을 이용한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아주 오래된 영화들만 올라왔는데 올해 초부터는 연령별로 좋아할 만한 영화를 한쪽에 소개해 영화 찾기도 한결 쉬워졌다”면서 “토막극(시트콤과 유사한 장르)들은 한 달에 한두 개씩 새로 계속 나오고 있고 지금 영화는 ‘한 검찰 일군의 수기’와 외국 영화 ‘톰과 제리’가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에는 1~2년에 한 번씩 사이트 개편이 이뤄졌지만, 최근 들어서는 6개월에 한 번씩 사이트 배경 등을 바꿔주는 새 단장이 진행된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 2019년 창작 영화를 손쉽게 볼 수 있는 영화열람기라면서 ‘생활의 벗’을 공개한 바 있다. 이후 사이트를 개선하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등 편의성을 높여가면서 이용자들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달 18일 ‘생활의 벗 2.0’을 공개하며 오래전 영화도 고화질로 볼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현재 북한 주민들은 스트리밍을 통해 사이트에서 바로 영상을 시청하는 것보다 다운로드해 보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손전화(휴대전화)로 내려받아 보는 것이 가장 좋다”며 “내려받으면 별일 아니지만 거기서(사이트에서) 그냥 보려면 전화돈이 너무 나간다”고 설명했다.

대표적 OTT인 넷플릭스의 경우 고화질(HD, 720p)과 풀HD(FHD, 1080p) 영상의 권장되는 초당 메가비트는 각각 3Mbps, 5Mbps다. 북한의 무선통신 환경이 3G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데이터 전송 속도가 1Mbps 정도 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경우 무제한 요금제나 정액 요금제가 아닌 이상 스트리밍으로 영화를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요금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북한의 무선통신 환경상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영상을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어 주민들은 다운로드 후 시청하는 방법을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인트라넷으로 집에서 내리 적재해 집콤(데스크탑 또는 노트북)이나 판콤(테블릿PC), 손전화에서 보는 방법이 가장 흔하다”며 “이 방법은 월 인트라넷 사용료를 2만 원만 내고 별도의 돈은 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고 만약 스마트폰으로 콘텐츠를 한 건씩 내려받으려 한다면 건당 비용을 결제하면 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스마트폰으로 토막극 15분짜리 하나를 다운로드하는 경우에는 2달러, 연속극은 편당 5달러를 내면 된다.

연속극의 경우에는 전체를 한꺼번에 내리받을 수도 있는데, 이 경우 총비용을 한 번에 낼 수 있고 심지어 편당 할인된 가격(4.5달러)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결제를 위해서는 전자인증을 해야 한다”면서 “이름, 생년, 성별, 주소를 입력해야 하고 결제는 카드 또는 손전화돈으로 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유선을 통해 홈페이지에서 영화를 다운로드하면 별도의 돈을 지불하지 않지만, 스마트폰으로 다운로드할 때는 유료 결제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소식통은 “국가 인트라넷망을 끌어와 설치한 집은 인트라넷 사용료만 내다보니 부담이 적다”면서 “인트라넷망 설치 비용이 과거에 비해 2~3배 올라 초기 설치자들은 횡재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편, 소식통은 “생활의 벗에서 제공하는 것들은 당 선전선동부에서 관할하며 전국적인 문화예술, 영화 보급망을 형성하도록 주, 월, 분기 단위로 사업총화하고 있다”며 사이트 공개 콘텐츠 선정 등은 당이 주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기술적인 부분은 중앙 전자업무연구소가 지역 전자업무연구소들과 협력해서 하고 있고, 유무선 이동통신, 인트라넷 설치 봉사 등은 중앙 정보통신국, 지방 체신소들이 담당하고 있다”면서 “다양한 기관들이 협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