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발 한파가 북한에도 몰아치면서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 답사행군 노정을 당분간 변경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에 “백두산 일대의 날씨가 최고조의 추위를 기록하면서 답사 인원들 속에 사건 사고가 속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정상 날씨로 바뀔 때까지 백두산 답사 노정을 당분간 변경하도록 할 데 대한 지시가 내려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백두산 부근의 기온이 영하 40도 안팎으로 떨어지면서 지난 18일부터 21일 사이 백두산 답사 행군에 나선 함경북도 대학생 답사자 여러 명이 안면에 동상을 입고 대열을 책임진 대학 교원은 혈압 이상으로 졸도해 병원으로 실려 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답사 인원들 사이에는 ‘백두산에 오르다가 얼어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감돌았고, 뒤이어 관련 사건이 계속 발생하면서 답사 대오는 결국 전진을 멈췄다고 한다.
백두산이 속한 삼지연시 당위원회는 이 같은 상황을 보고받은 즉시 중앙당에 알렸고, 결국 중앙당은 추위가 누그러질 때까지 당분간 답사행군 노정을 변경할 데 대한 방침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중앙당은 사고 경위에 대해 보고 받고 날씨가 풀릴 때까지 백두산 천지 정점까지 올라가는 것을 중지하고 당분간은 백두산 밀영 고향집과 정일봉까지 올라가 충성의 결의 모임을 다지는 것을 마지막 여정으로 하라고 긴급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특히 중앙당은 답사자들이 혁명 선대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삼지연시당이 답사자들을 책임지고 돌봐줄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또 중앙당은 답사자들뿐만 아니라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 관리사업소 종업원들과 해설 강사들, 삼지연시 주민들이 맹추위에 피해를 보지 않도록 시당이 매 순간 알아보고 보살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중앙당의 지시는 지난 24일 오전 삼지연시당에 내려졌고, 백두산지구 혁명전적지 관리소와 해설강사들이 속한 당조직 등에도 시급히 포치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지시가 내려지자 관리소 당조직의 당원들, 해설강사들은 ‘답사자들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명도 위험하다 생각은 했지만 이를 제기하면 반동으로 몰릴까 봐 누구도 선뜻 제기하지 못했는데 그게 이런 사고를 불렀다’며 자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이번 방침지시가 내려진 뒤 행군길에 오르게 된 답사자들은 스스로 “운이 있다”, “복이 있다”고 이야기하면서 안도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영하 40도의 추운 날씨에 대학생들이 배낭을 메고 두 손으로 칼바람을 막으며 백두산에 오르는 것을 지켜본 삼지연시 주민들은 “고문이나 같은 행위다”, “이것이 정말 혁명전통학습으로 이어지겠느냐”, “정말 불쌍하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