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서 김장철 채소 도둑질 여전…도시들에서도 문제 심각

채소 부족에 더해 코로나 경제난으로 구매력 떨어진 주민들, 김장 위해 채소 도둑질

북한 김장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4일 “가을과 겨울의 정취를 함께 안고 있는 김장철”이라며 김장철 풍경을 소개했다. 사진은 평양 룡성구역 화성동 4인민반원들이 김장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에서 채소 도둑질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장용 채소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주민들이 도둑질에 나서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김장철에 접어들면서 채소밭 도적이 늘어나 사회적 불안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순천, 개천, 북창, 덕천 등 공업 도시들에서 심각하다”고 전했다.

만성적인 채소 부족을 겪는 북한에서는 김장철이면 채소 도둑이 들끓는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특히 올해는 가뭄과 폭우, 태풍피해로 채소 작황이 예년에 비해 더욱 좋지 않은 데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난으로 인해 주민들의 주머니 사정도 여의찮은 상황이다.

이에 올해 북한에서는 농장이나 개인 텃밭의 채소를 훔쳐 가는 일이 더욱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김장철 맞은 北서 김장용 채소 도둑질 기승…주민들 ‘골머리’)

특히 농촌은 물론 인구가 밀집한 도시에서도 채소 도둑이 기승을 부려 더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실제 소식통은 “탄광, 광산, 시멘트, 금속공장들이 집중돼 인구가 많은 도내 지역 장마당에서도 채소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이곳에 사는 주민들이 포전에 가서 닥치는 대로 무와 배추를 뽑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내 채소 도둑질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도둑질에 따른 처벌이 크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탈북민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배추나 무는 부피가 크기 때문에 기껏 한두 개 가져가 본인들 김장에 사용하는데 이런 사람들은 잡혀도 감옥에 가지는 않고 훈방 정도가 전부”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밭에서 소량의 채소를 훔쳐 가기 때문에 형사적으로 처벌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도둑질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 전체적으로 보면 상당한 양이 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문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탈북민은 “도둑이 한두 사람이면 잡으면 되지만, 수가 너무 많아 완전히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그만큼 북한 내 채소 부족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 매체들은 김장용 채소 부족과 그에 따른 도둑질 문제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은 채 김장철 김치 담그기가 원활히 진행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20일 “우리 공화국의 그 어느 집을 가보아도 김치 담그기가 한창”이라며 “해마다 우리 공화국의 가정들에서는 김치 담그기 풍경이 펼쳐져 11월의 절기를 이채롭게 해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