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철 맞은 北서 김장용 채소 도둑질 기승…주민들 ‘골머리’

밭 지켜야 할 군인들이 수확물 빼돌려 '소란'…도둑 차단용 전기선에 어린이 감전사고 발생하기도

북한 김장
김장 중인 북한 주민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장철을 맞은 북한에서 김장재료 도둑질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양강도 소식통은 28일 데일리NK에 “지난 4일 밤 보천군 문암리에 있는 농장 남새(채소)작업반에 읍 소재 기업소 사람들이 차를 끌고 올라와 가두배추(양배추), 갓나물을 몰래 훔쳐 가는 일이 있었다”며 “다음날 신고를 받고 온 군 안전부가 차바퀴 자리를 보고 수사해 훔친 이들을 붙잡았는데 잡고 보니 이미 남새들이 다 절여진 상태였다”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이렇듯 매해 김장철마다 배추 등 김장재료를 도둑질하는 사건이 발생해왔다. 올해는 가뭄과 폭우, 태풍피해로 채소 작황이 좋지 않은 데다 경제난에 재료 구매도 힘겨워 김장을 포기하는 세대도 늘어나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한편에서는 농장이나 개인 텃밭의 김장용 채소를 몰래 훔쳐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수군에서는 오히려 도둑으로부터 재료를 지켜야 할 군인들이 이를 빼돌렸다가 적발되는 사례도 발생했다.

소식통은 “삼수군 읍의 한 농장 남새작업반에서는 배추, 무밭 입구 주변에 사람 인분을 다 퍼다가 쭉 부어놔서 도적이 들어오면 밟게 해놓기도 했다”면서 “이렇게 해서 겨우 이달 중순 배추 5~7t을 찍어서(수확해서) 밭 한가운데 모아 놓았는데 이 농장을 배당받아 남새를 접수하러 온 군인 2명이 1t을 빼돌려 팔아 난리가 났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군 후방부에 들어갈 배추를 접수하러 나온 군인 2명은 한밤중 몰래 농장에서 수확한 배추 일부를 매대집(상점)들에 싼값에 넘겨주고 당과류나 술, 빵 등으로 바꿔 먹었다. 수확물을 도둑맞지 않도록 밭을 지키고 서 있어야 하는 군인들이 오히려 이를 팔아넘겨 개인적으로 이득을 취했다는 것이다.

당일 밤 군인들이 배추를 빼돌려 판다는 소문이 인근 매대집들에 쫙 퍼졌는데 뒤늦게 움직여 배추 확보에 실패한 일부 매대집들이 앙심을 품고 군 후방부에 고자질하면서 사건이 드러났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군 후방부에서 군인들이 빼돌려 판 배추를 회수하려고 보니 더러는 이미 절였고, 더러는 팔았고, 매대마다 배추를 몇 통 넘겨받았는지 진술도 안 맞아 변상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면서 “결국 군인 2명은 군 검찰소 영창에 들어갔고 군에서는 ‘사민들이 군 후방물자에 손을 댄 심중한 문제’라면서 안전부에 사건을 넘겼다”고 말했다.

한편, 자강도 위원군에서는 김장용 채소 도둑을 방지하기 위해 주민들이 설치한 차단물에 어린이가 다치는 사고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강도 소식통은 “위원군에서는 개인들이 텃밭에 심은 배추를 도둑맞을까 봐 나무 울타리에 전기선을 늘이고 다치면(건드리면) 종이 울리면서 살짝 감전되게 회로를 늘어놨다”며 “그런데 지난 21일에 11살짜리 아이가 이걸 잘못 건드렸다가 감전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이 사건 이후 위원군 안전부는 인민반들에 전기선을 다 해제하라는 회람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주민들은 ‘원래 이쯤(김장철)이면 도둑을 막기 위한 장치를 하고 심지어 돼지우리도 다 감전 장치를 설치한다’면서 불만을 터트렸고, 일부는 골치 아프다며 그길로 텃밭에 있던 배추들을 다 뽑아버렸다고 한다.

김장철마다 반복되는 김장용 채소 도둑질에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나름의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한계가 있어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