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김정은의 다음 수(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의 비상방역전에 긴급투입됐던 인민군 군의부문 장병들을 직접 만나 “만점짜리 작전”이었다며 헌신과 노고를 치하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9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100일 기념 기자회견(8.17)을 몇시간 남겨두지 않은 새벽에 서해상으로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이틀전 대통령이 8.15광복절 ‘담대한 구상’을 통해 김정은에게 실질적인 비핵화의 길로 나오기를 촉구한 상황에서 이같은 도발이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북한의 로우키(low-key) 메시지

한마디로 김정은의 의중(意中), “택도 없는 소리마라. 나는 그 정도의 제의에 혹하고 넘어갈 사람이 아니다. 나는 대전략이 있다. 나의 길을 계속 가겠다”는 사실을 내외에 직간접적으로 공표한 것이다. 즉 기존의 ‘핵과 자력갱생을 기초로한 정면돌파전’을 당분간 지속해 나가겠다는 메시지를 표시한 것이다.

순항미사일 도발은 유엔안보리의 ‘탄도미사일 발사 금지’ 결의안에 저촉되지 않으면서도 ‘강대강 전술’의 과시 효과는 충분히 거양할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다. 일단 대통령의 제안에 별로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맛뵈기로 보여준 후, 그 다음단계로 한미합동군사훈련이나 대북전단, 인권정책 등을 빌미로 한 비난전과 고강도 전략전술적 도발을 통해 핵보유국 각인, 대남·해외 통일전선 형성 활동을 본격화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전망은 ▲유엔 안보리 무용론이 확산되고 있는 점(중·러의 반대로 추가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 어려움) ▲북한이 방역대전 승리선언(8.10) 등 내부전열 재정비를 다소 서둘러 진행한 점 ▲김여정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진원지로 우리측의 대북전단을 재차 지목하며 강한 보복을 공언한 점 ▲김정은·김여정의 윤석열 정부 대북정책에 대한 연이은 고강도 비난 발언(섬멸, 박멸 등) ▲‘을지 자유의 방패’ 한미합동군사훈련이 5년만에 실기동훈련까지 포함하여 재개되는 점 ▲북한이 우주개발법(사실상 핵·미사일 전력체계 운용법) 제정을 예고한 점 ▲최근들어 북한이 북-중-러 3각동맹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해나가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개연성이 상당하다.

향후 북한의 예상 행보

이같은 점에 기초하여 향후 북한의 정책 행보를 전망해 보면 다음과 같다. 사실 전망이란 정확한 첩보 수집에 한계가 있고, 상대가 전략전술을 수시로 변경할수 있는 분야이어서 틀릴 확률이 언제든 있다. 특히 조기경보 차원의 전망은 상대를 다소 과하게 평가해야 하는 속성 때문에 그 위험성(risk)이 좀더 크다.

그렇지만 전망은 ▲상대로 하여금 도발을 머뭇거리게 할 수도 있고 ▲우리가 다양한 대응 시나리오 수립하는 기초가 되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김정은의 행보에 영향을 줄수 있는 중요한 계기적 변수는 8월 말까지 진행될 한미합동군사훈련, 윤석열·바이든 대통령의 보다 구체적이고 담대한 외교정책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는 9월 말 유엔총회, 10월에 개최될 예정인 중국의 역사적인 20차 당대회, 바이든의 후반기 국정동력의 향배를 결정할 11월 미국의 중간선거, 그리고 북한의 최고인민회의(9.7), 정권수립일(9.9), 당 창건일(10.10), 김정일 사망일(12.17), 신년(1.1) 등이 있다.

이러한 계기들은 미-중, 미-러 갈등과 같은 구조적 변수, 그리고 코로나19 변이종 재확산, 자연재해 등 돌발변수 등과 함께 김정은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복합적으로 미칠 것이다. 특히 지난 봄부터 주목을 받고 있는 북한의 7차 핵실험과 관련해서는 한미정보당국이 여전히 “북한의 핵실험 준비는 완료되었으며, 김정은의 결심만 남은 단계”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북한이 곧바로 초극강의 최후수단이라고 할수 있는 핵실험 카드를 곧바로 들고 나오기 보다는 ICBM(위성) 발사 등 다양한 전략전술적 도발을 통해 한국과 미국을 압박해 나가면서 그 적기를 모색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예상되는 도발 시나리오

이같은 관점과 사실을 기초로 향후 시나리오를 전망해 보면, 김여정을 필두로 한 윤석열 대통령의 ‘담대한 구상’ 거부·비난전 → 8월 말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북침전쟁으로 규정하고 금강산 등 전략적 거점에서의 정세 조작극(바이러스 대북 투입설 등) → 이를 빌미로 한 금강산 관광지역 우리측 시설 폭파(김정은의 지시이자 숙원사업인 ‘금강산 독자개발’ 기반 마련) → 9월 7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정면돌파전 지속 전개 천명 및 우주개발법 채택 → 9월 9일 정권수립일에 즈음 ICBM·위성 발사(우주의 평화적 이용권 주장) → 중국 및 러시아와의 공조 강화 및 식량·생필품 등 지원 획득 → 10월 중국 당대회 이후 7차 핵실험 모색(11월 미 중간선거 국면 활용) → 냉각기를 거쳐 내년 1월 신년사를 통해 새로운 정책(대화와 협상) 모색이라는 단기 로드맵에 기초하여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김정은의 이러한 행보는 ‘핵보유국 달성과 미국과의 핵군축 협상’이라는 장기 대전략·로드맵(안보와 실리의 2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전략)에 기초해서 움직인다.

우리의 대응책

그럼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까?

필자는 지난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부터 우리는 핵보유국을 지향하는 북한에 대해 ‘선의’ ‘대화’만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정부 나름의 3가지 기둥(pillar)을 가지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시한번 윤석열 정부에도 똑같이 당부한다.

지난 8.15경축사 ‘담대한 구상’과 취임 100일 기자회견(8.17)을 통해 윤석열 정부의 비핵화 및 남북협력 구상, 즉 제1기둥은 이미 밝혔다. 이제부터는 제2기둥(자주국방과 한미공조를 통한 핵억제력 강화)과 제3기둥(북한체제 변화 전략)을 한순간도 놓치지 말고 지속적으로 시행해 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강화해도 소용이 없게 하고(‘북핵 무용화 전략’), 북한사회를 위·아래로부터 동시에 변화시켜 나가는(‘북한 정상국가화 전략’) 『다차원적 대북정책』을 입체적·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야 한다.

김정은은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변하게끔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북한의 다양한 도발에는 절대 주눅이 들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에게도 자신감(“우크라이나를 보라”)을 불어 넣어야 한다. 처음에는 어렵고 다소 두렵기도 하겠지만, 정부가 확신을 가지고 당당하게 대응해 나가면 김정은의 마음을 돌리고 국민들로부터도 박수를 받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하는 ‘국민’ 이 모든 정책의 토대이다. 국민에게 실상을 정확히 알리고, 이해를 구하고, 자신감도 보여주어야 한다. 북한의 ‘전쟁 대 평화’, ‘민족 대 외세’와 같은 가짜 평화프레임의 허구성을 보다 주도면밀하게 당당하게 알려 나가야 한다.

북한과의 대화에 구걸하는 ‘Again 2020’(개성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국면)이 아닌, 도발에는 응징으로 대응한 ‘Again 2015’(DMZ목함지뢰 도발 국면)이 해답이다. 정부 관련부처의 보다 구체적이고 전방위적인 예방정보 활동과 당당하고 치밀한 대응을 기대해 본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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