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여정, 윤 대통령 ‘대담한 구상’에 “어리석음의 극치” 비난

"‘비핵, 개방, 3000’의 복사판에 불과" 폄훼하며 거부…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대단히 유감"

10일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토론자로 나선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김 부부장은 코로나19 유입 경로로 남한에서 넘어 온 ‘대북전단’을 지목하며 “이번에 겪은 국난은 명백히 세계적인 보건위기를 기화로 우리 국가를 압살하려는 적들의 반공화국대결광증이 초래한 것”이라며 강력한 보복성 대응을 시사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담긴 ‘담대한 구상’에 대해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김여정은 19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를 통해 발표한 ‘허망한 꿈을 꾸지 말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윤석열의 ‘담대한 구상’이라는 것은 검푸른 대양을 말려 뽕밭을 만들어보겠다는 것만큼이나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깎아내렸다.

그러면서 그는 윤 대통령의 비핵화 로드맵 ‘담대한 구상’에 대해 “새로운 것이 아니라 10여 년 전 이명박 역도가 내들었다가 세인의 주목은커녕 동족 대결의 산물로 버림받은 ‘비핵, 개방, 3000’의 복사판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여정은 “‘북이 비핵화 조치를 취한다면’이라는 가정부터가 잘못된 전제”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어 김여정은 “우리의 국체인 핵을 ‘경제협력’과 같은 물건짝과 바꿔보겠다는 발상이 윤석열의 푸르청청한 꿈이고 희망이고 구상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천진스럽고 아직은 어리기는 어리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며 “‘담대한 구상’으로도 안 된다고 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을 해가지고 문을 두드리겠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며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런가 하면 그는 “우리 경내에 아직도 더러운 오물들을 계속 들여보내며 우리의 안전환경을 엄중히 침해하는 악한들이 북 주민들에 대한 ‘식량공급’과 ‘의료지원’ 따위를 줴쳐대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민의 격렬한 증오와 분격을 더욱 무섭게 폭발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언급된 ‘더러운 오물’은 남측에서 날려 보낸 대북전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김여정은 지난 10일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북한 내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으로 대북전단을 지목하고 남측에 책임을 전가한 바 있다.

김여정은 끝으로 “오늘은 담대한 구상을 운운하고 내일은 북침전쟁연습을 강행하는 파렴치한 이가 다름 아닌 윤석열 그 위인”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한미연합군사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한다는 조건에서 식량과 인프라 지원 등 경제협력과 정치·군사적 상응조치까지 제공하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윤 대통령 취임 100일째인 지난 17일 순항미사일 2발을 발사하고 이날 김여정의 담화까지 발표한 것은 이 같은 남측의 제안에 대한 단호한 거절의 의미로 해석된다.

한편,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번 김여정의 담화를 두고 “무례하고 품격 없는 표현으로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 왜곡해서 비판한 데 대해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이런 일은 북한 자체로도 좋은 일이 아니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대단히 안 좋은 일”이라면서 “북한의 이런 태도는 예상 가능한 범위에 있었던 만큼 남북관계에 있어 인내심이 필요하니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북한을 설득하고 한편으로 필요하다면 압박하고 해서 대화로 유도할 생각”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