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주군 농촌 살림집 건설 현장서 사고…농장원들 울분 토해

장마철 벽체 무너지면서 농장원 3명 깔려 중경상…낮밤 구분없이 농사·건설에 내몰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월 25일 “우리식 사회주의 농촌발전의 위대한 새 시대를 열어나갈 데 대한 당의 뜻을 높이 받들고 전국의 모든 시·군이 농촌 살림집(주택) 건설에 진입해 공사 성과를 확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이달 초 함경북도 길주군의 한 협동농장 농장원들이 속도전식으로 진행되는 농촌 살림집 건설에 내몰렸다가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19일 “길주군 일신리 협동농장에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 관철로 올해 사회주의 농촌문화주택 건설을 집중적으로 다그치라는 군당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농사 인력까지 줄여가면서 살림집 공사를 다그치다가 장마철에 벽체가 무너져내리면서 농장원들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현재 일신리 협동농장의 농장원들은 농사로 바쁜 시기에 작업반별로 내려진 농촌 살림집 건설 계획까지 밀고 나가야 하는 형편에 주간은 물론 야간작업까지 해가면서 밤낮없이 노동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신리 협동농장은 분조관리제로 포전을 일구기 때문에 가을에 수확량을 놓고 분조별 총화를 받아야 하는 데다 농사가 잘 안되면 내년에 또 굶는다는 인식이 있어 농장원들은 한창 익어가는 논밭을 보며 농사에 더 힘을 집중하고 싶어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는 전언이다.

농사는 농사대로 하면서 살림집 건설은 건설대로 무조건 밀고 나가라는 군당의 지시에 농장원들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야간에 횃불을 켜놓고 졸린 눈을 비벼가며 살림집 건설을 진행하고 있어 사고위험이 계속 뒤따르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런 가운데 결국 지난 5일 한 살림집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 농촌 살림집 건설 자재마저 각 작업반이 자체로 다 해결하고 있는데, 시멘트가 부족해 진흙과 볏짚, 석회가루를 주로 사용하다 보니 장마에 벽체가 물을 먹으면서 무너져내려 지붕공사와 벽체 미장 작업에 동원된 농장원 세 명이 흙더미에 깔리게 된 것이다.

소식통은 “와르르 무너져 버린 벽체와 함께 농장원들이 흙더미 속에 갇히자 작업반 일꾼들이 ‘사람이 깔렸다’고 방송을 불어댔고 이에 다른 농장원들이 달려들어 삽과 곡괭이, 손으로 흙을 퍼내 밑에 깔린 사람들을 겨우 건져냈다”며 “다행히 이들은 중경상자로 병원에 실려가 응급처치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가 있고 난 뒤 작업반 일꾼들과 농장원들은 “이 바쁜 농사철에 농사와 건설을 다 같이 밀고 나가자니 너무 힘들다. 잘 먹지도, 쉬지도 못하고 주야로 두 가지 일을 다 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더욱 울분을 토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