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 인덱스] 첫걸음을 내딛으며…

그래픽=데일리NK

보편성과 특수성

인류의 기본적 인권과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다시 한번 확인한 유엔헌장에서는 인종, 성, 언어, 종교에 의한 차별 없는 인권존중과 기본적 자유의 보편적인 존중과 준수를 규정(제55조)하고 있다. 전쟁의 참상과 인류의 불행을 목도한 뒤, 이를 반면교사 삼아 결의한 그 결과다. 이는 역사상 보편성의 확립이라는 다음 세대를 위한 결실을 낳았다.

오늘날 북한인권 운동을 전개함에 있어 대내외적 상황은 이전보다 복합적인 듯하다. 먼저 당과 수령에 의해 부여되고 보장된 ‘공민’의 권리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라는 집단주의적 논리로 개개인의 행위에 제약을 가하는 고착된 구조는 불변이다. 혹자는 이를 북한의 특수성이라고 부른다.

30년 전과 오늘날의 북한

1990년 미 국무부에 의해 기술된 북한에 관한 보고서의 내용을 복기해보자. ‘중앙집권화된 통제경제체제 속에서 국가가 모든 중요한 경제활동을 관장하고 있다’ ‘모든 주민들의 성분을 조사 구분하여 이에 따라 노동당 입당은 물론 취직, 학교, 심지어는 상점을 이용하는 것까지 통제하고 있다’ ‘북한 정부는 개인의 의식을 형성하고 통제하기 위해 마련된 광범위한 주입식 프로그램에 북한 주민을 내몰고 있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제도적 개선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새삼 놀랍다.

최근 들어 한국 드라마와 노래의 향유, 핸드폰의 보급, 시장화로서 북한 사회의 변동성을 측정하는 연구가 풍부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고착된 구조에 대한 문제의식은 오래된 얘기로 치부되고 있다. 바로 보편성에서 기준 미달인 북한 사회가 너무나 우리와 다르고 ‘특수’하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북한의 특수성은 있는 그대로 존중받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며, 현 시점에서 특수성의 인정은 인격을 말살하고, 생존에 위협을 가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북한 당국의 통치 방식을 인정하고 방조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북한 주민의 주체성

한편으로는, 북한 사회 내부에서 주민들이 주체성을 스스로 발양하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있다. 물론 스스로 주체적 역량을 갖추기에 부족한 정보, 교육, 그리고 사회적 합의의 과정을 형성하기 어려운 제반 환경 등이 문제다.

그러나 아무리 북한 당국이 통제의 수준을 높이고 고착된 구조를 유지하려 한다고 사회의 변화를 막을 수는 없다는 점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되었다. 시장화 현상이 그렇고, 내부 물자의 부족으로 국경 간 거래가 성행하고, 유통된 USB로 외부 문화에 빠진 청년 계층을 양산하는 현상이 나타난 바 있다. 일부 계층은 뇌물을 써서라도 해외 파견을 나가려 하고, 자녀들의 해외 유학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주어진 환경 내에서 자신의 기호와 우선 순위를 찾고, 무엇이 이익이 되는지를 비교해서 선택함으로써 하나의 ‘사회문화적 흐름’을 형성한다.

창과 방패의 싸움

반대 급부적으로 북한 당국의 통제 의지도 거세다. 반동문화사상배격법(2020)이 그러하고, 청년교양보장법(2021)이 그 결과이다. 개인의 자의식이 발현되는 공간이 생기면, 당국은 제도적 장치 혹은 권력의 자의적 사용으로 이를 막아 마치 ‘창과 방패’와도 같이 서로를 겨누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한편으로 우리는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북한 당국이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 지역을 차단 봉쇄 고립시키는지를 목도할 수 있었다. 코로나 발생 시점부터 전면 국경 봉쇄는 물론, 지역 간 이동제한 조치가 지속되었고, 탈북, 외부와의 송금, 물자 유통이 차단된 채, 2년여간 숨죽인 듯 국경을 닫아 왔다. 지난 5월 코로나 확산 사태에는 이를 ‘유열자’ 통계라는 비과학적 수치로 사망자와 확진자를 숨기는 등 북한 당국의 정보 왜곡과 은폐성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이 가운데 북한 주민의 생존권 위협과 존엄성이 훼손되었을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며 이를 추적해야 한다.

시민 기반의 북한인권 운동 중요성

우리는 북한인권을 이야기 할 때, 여러 권리들이 상충되는 상황에서 절대적인 ‘기본적 권리’와 상대적인 ‘2차적 권리’ 등으로 구분하곤 한다. ‘기본적 권리’는 인간다운 삶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것으로 생명권, 신체의 자유, 육체적·정신적 건강보호권 등이다. 2차적이며 추가적인 권리들은 보장의 수준이 낮아질 수도, 어떤 상황에 따라서는 본질적 부분이 침해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될 수 있는 인권으로 재산권, 언론·사상의 자유, 참정권, 교육을 받을 권리 등이다.

북한인권 운동사에서는 기본적 권리를 침해하는 국가 책임을 묻는 ‘책임 규명’활동을 위해 상당한 양의 자료를 축적해 왔다. 특히, 2013년 COI 보고서를 통해 국제 사회에 북한 인권 문제의 보편적 인식을 획득하는 데 기여했다. 중점적인 부분은 ‘가해 행위’를 알리고, ‘악행’임을 증명하여 인권침해행위를 근절하는 압박의 동력을 키우는 것이다.

또 다른 북한인권 운동사의 흐름도 있다. 바로 외부의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생각을 전환할 거리를 제공하여, 인식의 저변을 넓히는 노력이다. 바로 가해 행위를 ‘가해’로 인식하도록 하여 시민 기반의 운동에 토양을 제공하는 것이다. 양자적 운동은 앞으로 보다 면밀히 북한 주민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의지를 가지는지, 의지는 어떻게 제약되는지를 추적하고 고찰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행위자에 기대어

아직 한국 사회에 멀게 자리 잡은 북한 이슈는 이렇듯 국내외 인권 운동 단체들에 의해 견인되어 왔다. 그리고 그들의 북한 당국에 대한 문제의식과 강화된 통제에 대한 우려의 수준은 매우 높다. 문제는 이러한 인권 문제가 근본적인 모순성 위에 여전히 성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우리 사회의 문제의식을 더욱 끌어 높일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본다. 이는 향후 또 하나의 중요한 행위자, 바로 우리 한국 사회의 시민들을 중심을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글을 마무리하며 하나의 방정식을 제시하고 싶다.

인권의 출발점은 다른 이의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나’와 ‘우리’가 같은 상황에 놓였을 때, 어떤 처우를 받는지, 어떤 생각을 하든 자유로울 수 있는지, 무엇을 행동을 옮길 수 있는지, 국가가 기본권을 제약하는데 그것이 진정으로 공동체를 위한 것인지를 대입해 보는 운동이다. 향후 북한인권 인덱스를 통해 인권의 유형별, 혹은 사회 구성 요소별로 보다 건강한 잣대와 북한에 적실한 기준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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