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임진강 상류 황강댐을 우리 측에 사전 통보 없이 방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남북은 접경지역 주민들의 안전 문제 등으로 댐 방류 여부를 사전에 통보하기로 합의했으나 현재 북한은 남측에 통보하는 행위 자체를 정치적인 문제로 보고 있는 모양새다.
통일부 당국자는 9일 기자들과 만나 “지난 6월 말부터 북한 지역 강우 상황에 따라 황강댐에 대한 방류와 중단이 반복되고 있다”며 “며칠 전부터 황강댐에서 일부 방류가 이어지고 있으나 방류 규모는 우리 측에 피해를 줄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6월 28일 “장마철 남북 접경지역 홍수 피해 등이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북측에 댐 방류 시 사전에 통지해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했지만, 북한은 폭우 때마다 지속해서 사전 통보 없이 황강댐 물을 방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북한 내부 고위 간부는 데일리NK에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당연하고 범람에 대비하는 것도 남조선이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라며 “비가 많이 오면 수문을 여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 그것을 왜 남조선(한국) 정부에 통보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이 간부는 “남쪽은 우리보다는 현대적으로 발전돼 있어서 우리가 통보하지 않아도 우리가 수문을 열었는지 열지 않았는지 이미 알고 있으면서 사전 통보해달라는 것은 정치적인 의도가 아니냐”고 말했다.
피해 방지를 위한 조치인 댐 방류 통보 요구조차 정치적인 의도로 해석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작 북한에서 댐 방류 통보 문제는 중앙당이 직접 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댐 방류는 기상수문국(우리의 기상청)과 내각의 협의 하에 이뤄지지만, 수문 개방에 대한 남측 통보 여부는 당이 정치적 문제를 포함한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 결정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앞서 지난 2009년 9월 북한이 황강댐에서 4000만㎥를 방류해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 하류에서 야영하던 국민 6명이 사망하는 인명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남북은 그해 10월 임진강 수해 방지 실무접촉을 갖고 댐 방류 시 사전 통보하는 것에 합의했다.
이후 북한은 2010년에 2번, 2013년에 1번 등 몇 차례 황강댐 방류를 예고하기도 했지만, 2011년과 2012년 그리고 현재도 대부분 방류 통보를 하지 않는 등 남북 간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고 있다. 북한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인도주의적 협력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은 우리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폐지하는데 협조하지 않으면 모든 분야에서 남북 간 협력은 없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며 “황강댐 방류의 경우 재해 방지를 위해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충분히 협력할 수 있는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연구위원은 ‘수해 방지를 위해 북한이 댐 방류 사실을 사전 통보하도록 강제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느냐’는 질문에 “국제법이나 어떤 제재로도 북한의 조치를 강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북한 정권 스스로 인도주의적 협력과 북핵 협의 및 군사적 문제를 분리 대응하는 방향으로 진화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