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해외 주재원 탈북할까 노심초사…사상교육·감시 강화

당자금 압박 시달리는 북한 무역 간부들… "한국 대사관·영사관 번호 달달 외우는 사람도 있다"

단둥해관_북한트럭
중국 랴오닝성 단둥의 단둥해관(세관) 안에 북중 무역과 관련된 트럭들과 관광버스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해외에 파견한 무역 주재원에 대한 감시와 통제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당자금 과제에 대한 압박을 견디지 못하는 무역회사 파견 간부들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의 탈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대책으로 풀이된다.

8일 중국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중국 주재 자국 대사관과 영사관을 통해 무역 주재원들에 대한 사상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무역 주재원들은 통상 일주일에 한 번씩 영사관에 모여 평양에서 하달한 학습자료를 토대로 사상교육을 받는데, 최근에는 이틀에 한 번꼴로 집결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들은 이틀에 한 번씩 자신의 행적을 보고하고, 조국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고 있다고 한다.

동시에 북한 당국은 중국에 파견돼 있는 보위부를 통해 무역 간부들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이를 수시로 보고하라는 지시도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 당국은 최근 중국 국가안전부(정보기관)에 탈북을 시도한 자국민에 대한 체포와 송환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한 당국이 중국 국가안전부에 라오스 등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서남부 지역에서 북한 여권을 소지한 인원이 적발될 경우 즉시 중국에 파견돼 있는 북한 보위부에 신병을 인계해 달라는 내용의 협조를 요청했다”며 “코로나로 인해 중국 내에서 이동이 제한된 데다 북한과 중국 정보당국 간 협력으로 인해 탈북을 시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과거에는 중국에서 동남아로 연결되는 국경 지역에서 탈북 시도자가 적발되면 뇌물을 주고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경비가 삼엄해 뇌물로 피해갈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게 이 소식통의 말이다.

한편, 중국의 코로나 상황이 해소 국면으로 접어들면 중국에 3년 이상 체류하고 있던 무역기관 간부들이 평양으로 송환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들이 현재 상당한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코로나로 인해 북중 무역이 중단되다시피 하고 중국 내에서도 사업을 할 수 있는 여건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납부해야 하는 당자금이 빚처럼 쌓였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들어 북한 무역 간부들이 이러한 압박을 견디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례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中파견 北주재원들 극단적 선택 증가…당국은 지속 외화벌이 ‘압박’)

이런 가운데 해외에 파견된 북한 무역 간부들은 당국으로부터 신변에 위협을 받게 될 경우 곧바로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할 계획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대북 소식통은 “조국 송환 시점이 다가오는 데다가 당국에서는 수시로 이들을 압박하고 있어서 문제가 생기면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려는 마음을 품고 있는 것 같다”며 “한국 영사관이나 대사관 번호를 달달 외우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