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군이 군관 선발 대상자에 대한 특정 신체검사를 일시 중단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초 신체검사를 받은 한 군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면서 관련 지시가 내려졌다는 전언이다.
북한 내부 군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에 “지난달 말 총정치국은 전군 군단, 사령부 정치부 간부 양성과에 군관 선발 대상자 신체검사 내용 변경에 관한 지시를 내려보냈다”며 “기존에 진행하던 남성 99호(매독) 검사, 여성 산부인과 검사를 지시가 있을 때까지 당분간 진행하지 않는다는 점이 명시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군은 ‘간부부 양성과들에서 미래 지휘관인 하전사들을 혁명동지로 여기고 존중해야 한다’면서 구체적 지시 내용을 밝혔다.
실제 지시문에는 ▲신체검사 시 군단, 사령부 호 병원 전문의(군의)들에게 소견서를 구체적으로 받아 반영만 할 것 ▲남성 매독, 여성 산부인과 검사에 동행한 바 있는 양성일꾼을 경고 처분할 것 ▲매독, 산부인과 검사는 일시 중단할 것 ▲대대 군의, 위생지도원 또는 함께 병영생활을 하는 군인 3명으로부터 매독이 없음을 확인하는 서류를 받을 것 ▲여성 산부인과 검사 조항은 폐기를 검토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같은 지시의 내용은 전군 간부부 양성과 일꾼들과 호 병원, 참모 진료소, 대대급 이상 군의들에게 전달됐으며, 이들은 이달부터 이 원칙대로 군관 선발 신체검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특히 각 군 간부부 양성과에서는 총정치국으로부터 통보받은 군관 선발 대상자 신체검사 과정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와 결부해 자기비판·호상(상호)비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현재 군 내부에서는 지난 7월 초 공군 및 반항공군 사령부 직속 구분대에서 발생한 군인 사망 사고가 이번 지시의 배경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한다.
앞서 공군사령부 직속 전신전화소 남성 군인 한 명이 군관학교를 추천받아 간부부 양성과의 신체검사 과정을 밟던 도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는데, 이것이 군관 선발 대상자 신체검사 원칙을 바꾼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이 전한 사망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지난달 10일 새벽 근무를 선 전신전화소 반송수인 20대 초반 리모 씨(하사)가 갱도 반송실 전투근무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해 숨진 채로 오전 근무 교대자들에게 발견됐다.
이후 사건 조사에서 그가 ‘양성지도원이 검사실에 동행한 상태에서 진행된 매독검사는 난생처음 당한 수모와 고통이었고, 이것이 군사복무를 더 해 나갈 수 없는 이유’라는 내용의 쪽지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공군 사령부 보위부 수사과는 발 빠르게 당시 리 씨의 신체검사를 담당했던 간부부 양성과의 지도원과 공군 호 병원 군의를 불러 수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이 두 사람이 매독검사를 한다고 하면서 리 씨를 홀딱 벗기고 불필요하게 앉았다 일어서기를 수십 번 반복시키면서 낄낄대는 등 성추행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군 측은 피해자가 더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즉시 당시 신체검사를 진행한 다른 남녀 군인들을 불러 개별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여러 명의 군관 선발 대상자들이 리 씨와 마찬가지로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문제가 된 양성지도원과 호 병원 군의는 군기 문란을 일으킨 것으로 군 검찰소에 넘겨져 예심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총정치국은 이번 사건을 두고 오랜 시간 하전사들을 진정한 혁명동지로 여기지 않은 군관 양성 부문 간부들의 부패타락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며 “이에 구체적 지시가 있을 때까지 신체검사에서 남성 매독, 여성 산부인과 검사를 제외하라고 지시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이 알려지면서 군 내부에서는 “(피해자들이)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이런 짓을 하는 양성과 일꾼, 병원 군의들이 많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