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군중 동향 빠짐없이 장악하라” 지시…흉흉한 민심 의식했나?

주민 고충 제때 해결해주라 강조했지만 현실적인 대책은 없어… "달래기 위한 술책" 지적

북한 함경북도 국경지대 모습.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각 지방 당위원회에 군중 동향과 민심을 빠짐없이 장악하고 대책을 세우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중앙에서 하달된 이번 지시에는 “당 조직들에서 군중의 동향과 민심을 빠짐없이 장악하고 민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들을 앞질러 가면서 대책을 세우며 주민들 속에 깊숙이 들어가 그들이 무엇을 요구하고 생각하는지를 똑똑히 알고 그들의 고충을 제때 해결해주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지시문에는 “주민들에 대한 교양 사업에 품을 들여 비정상적인 현상들이 절대 나타나지 않도록 하라”는 내용도 강조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국경봉쇄 장기화로 주민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민심을 주의 깊게 살피면서 이반이나 동요 등의 이상 현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관리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북한은 지시문에서 당 조직들과 당 일꾼들이 허공에 뜬 표현을 써가며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을 비롯해 당 사업에 나타나는 형식주의적인 경향과 요소들을 철저히 극복하고 당 사업을 실효성 있게 진행할 것을 주문했다.

다만 이번 지시문에는 간부들의 세도와 관료주의, 부정부패 행위에 대한 지적은 담기지 않았다. 민심을 달래기 위한 차원의 ‘간부몰이’는 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함경북도 회령시 당위원회에서는 이달 초 이 같은 중앙의 지시를 관철하기 위한 실무대책 회의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서는 각 초급당위원회가 어려운 세대들을 재점검하고 문제해결에 나서도록 하는 문제가 토의됐지만, 현재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물질적 지원 대책이나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회령시의 어느 한 공장 초급당 비서는 식량난에 출근을 못 하는 종업원 가정을 위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 비서는 ‘당에서 걱정하니 지금의 난관을 함께 극복해 나가자’는 말만 할 뿐 식량 공급과 같은 실질적 지원은 하지 않은 채 돌아섰다고 한다.

당 간부가 어려운 가정을 방문할 때 쌀 한 톨이라도 가지고 가는 것이 통상적인 관행이지만, 해당 간부는 빈 몸으로 와서 오히려 점심 식사까지 하고 돌아가 주민들로부터 빈축을 산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정부는 해마다 민심을 빠짐없이 장악해 걸린 문제를 해결해주라는 지시를 당과 정권기관들에 하달하고 있지만, 나라 곡간이 비었으니 하부단위 간부들도 ‘참고 견디자’는 말밖에 할 수 없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하부단위 간부들에게 잘못이 있다는 듯이 몰아가는 것은 결국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들을 달래려는 술책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