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이동 막아놓고 약품 판매…이러고도 인권 타령인가

북한 노동당의 지원 물품이 최근 급성 장내성 전염병이 발생한 황해남도 해주시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돌연 간부와 당원은 물론 일반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정한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강조하고 나서 주목된다.

7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당 선전선동부가 내려보낸 강연과 학습에서 이 같은 주장이 등장했다. ‘인권’이라는 용어에 민감하게 반응해왔던 전례에 미뤄볼 때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은 어떤 주장을 펼쳤을까. 일단 “인권은 정치, 경제, 문화를 비롯한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인민들이 행사하여야 할 자주적 권리”라는 정의로 문을 열었다.

이어 “인권은 인간의 자주적 권리로서 그 어떤 경우에도 침해될 수 없으며 그것을 보장하는 것은 세계의 모든 나라와 민족의 마땅한 의무”라는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이는 세계인권선언(모든 사람은 인종, 피부색, 성, 언어 종교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으며, 이 선언에 나와 있는 모든 권리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제2조)과 유사한 논리를 펼쳐나가면서 정상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 당국이 이 같은 원칙에 따라 체제를 운영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이미 ‘보편적 인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북한지역에서 자행되는 무자비한 인권침해를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는 점을 북한 당국도 인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어지는 발언을 볼 때 북한이 행동 변화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가 제기된다.

일단 당국은 “참다운 인권은 아무 나라에서나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회제도인가에 따라 인권이 보장될 수도 있고 유린·말살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는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지만, 북한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인식이다.

이런 시각은 북한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해온 국제 운동가와 전문가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북한은 한 발 더 나간다. “우리나라(북한)에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차별 없이 정치적 자유와 권리는 물론 노동과 생존의 권리, 교육과 의료봉사를 받을 권리를 비롯하여 사회적 인간이 누려야 할 권리를 전면적으로 보장해주고 있다”는 주장을 펼친 것이다.

그러나 소식통이 전해오는 북한 내부 실태는 참담하다. 일단 최근 북중 국경지역을 중심으로 식량이 없어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 주민들이 포착되고 있지만, 국경이 봉쇄돼 물물교환도 이뤄지지 않아 앉아서 당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지역 간 이동이 차단돼 아파도 약품을 구하러 나가지도 못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여기에 당과 안전, 보위 기관 간부들은 이 같은 상황을 악용, 약이나 물건을 사다 주고 수수료를 챙기고 있다고 한다.

실로 “왜 갑자기 인권타령이냐”라는 비아냥의 목소리가 나올 만한 상황이다.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는 기본권으로 보장받아야 하지만 북한에서는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권력 유지에만 집착하는 최고지도자와 노동당 간부들이 정한 불합리한 제도로 인해 주민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최고지도자와 노동당에 의해 자행되는 북한인권 침해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영역에서 나타나는 인권침해 사례를 조사하고 해결 방안에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