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유일무역제도 ‘빨간불’…채무 문제로 무역회사 통폐합 난항

국가가 채무 50% 해결해주는 방안 제기돼…소식통 "종이값도 안 되는 공식환율로 보상할 것 뻔해”

조중우의교(압록강철교)를 통해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중국 랴오닝성 단둥으로 넘어가고 있는 차량.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국가유일무역제도 환원 복구의 첫 단계로 무역회사 통폐합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무역회사들의 채무 문제로 인해 통폐합 작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2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모든 수출입 내역을 내각이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국가 주도 무역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지난 3월 무역회사 통폐합 작업을 시작했으나 현재까지 이를 완료하지 못하고 있다.

무역회사 통폐합을 위한 재무 조사 과정에서 회사들마다 적지 않은 채무를 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지난달 북한 당국이 과도한 채무를 안고 있는 무역회사 책임자를 체포하고 이들의 수출입허가권(와크)도 회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북한, 갑자기 무역일꾼 줄줄이 체포하고 와크도 회수…무슨 일?)

당시 북한 당국은 상위 무역기관이 통폐합되는 중소규모 무역회사의 채무를 모두 떠안게 하는 방안을 고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상위 무역기관의 재정으로는 채무를 모두 떠안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적을 내고 있는 사업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국가와 상위 무역기관이 채무를 일정 비율로 부담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현재로서는 북한 당국과 무역회사가 5대 5의 비율로 채무를 부담하는 방안이 가장 유력해 보인다는 게 소식통의 주장이다.

문제는 북한 당국이 50%의 채무를 감당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이 안 된다는 점이다. 북한 무역 상황에 밝은 또 다른 소식통은 “우(위·당국)에서 채무를 절반 해결해 준다고 해도 이를 그대로 믿는 무역일꾼들은 없을 것”이라며 “빚을 종이값도 안 되는 국가 환전율로 보상해 줄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 당국이 정한 공식 환율은 1달러에 북한돈 150원 정도로 매우 싸다. 지난 1일 평양의 한 시장에서 1달러가 6500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할 때 북한 당국은 공식적으로 달러를 시장 가격보다 40배 이상 낮은 가치로 평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 당국이 공식 환율로 채무를 부담한다면 사실상 모든 채무를 상위 무역기관에 떠넘기는 꼴이 된다.

이런 상황에 통폐합되는 하부 단위 무역회사는 물론이고 이들을 떠안아야 하는 상위 무역회사들도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국가 재정과 관련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한 간부는 “인민경제를 부문별로 들여다보면 모든 게 부족하다는 결론밖에 없는데 그나마 지금까지는 도·시·군 여러 단위의 외화벌이 회사들이 가격을 맞춰 수출입을 해와서 자재나 원료를 대줬다”며 “국가가 일일이 들여다보고 통제하는 게 이런 균형을 다 깨부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동안에는 국가무역뿐만 아니라 밀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일해왔기 때문에 재정이 부족해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필요한 물품을 조달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이 간부는 “생산이 활성화되면서 인민경제가 순환 고리처럼 돌아가야 하는데 자원과 기술이 뻔하고 발전이 없으면 어느 순간 고리의 한 부문이 멈춰설 수 있다”며 “그때는 국가가 어떤 방법을 동원해도 걷잡을 수 없는 상태로 갈 수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