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갑자기 무역일꾼 줄줄이 체포하고 와크도 회수…무슨 일?

무역회사 통폐합 과정에서 과도한 채무 드러나자 처벌 조치…책임 전가 위한 것이라는 지적도

조중우의교(압록강철교)를 통해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중국 랴오닝성 단둥으로 차량이 넘어오고 있다. 지난 2019년 촬영.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최근 일부 무역기관의 수출입허가권(와크)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대형 무역회사들의 와크가 갑자기 무효화되면서 이에 따른 파장도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들어 10여 명의 무역일꾼이 중앙검찰소에 체포됐고, 이들이 소속된 무역회사의 와크도 회수됐다.

지난달부터 진행되고 있는 무역회사 통폐합 과정에서 무역회사들이 과도한 채무를 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국은 회계 관리 부실과 재무 사항 허위 보고 등을 문제 삼았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앞서 본보는 이달 초 국가 유일무역제도 환원 복구의 첫 작업으로 북한 당국이 무역회사를 통폐합하고 모든 수출입 내역과 매출을 내각이 직접 관리 감독하도록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 보기: 北, 국가유일무역제도 환원복구 첫 단계로 ‘무역회사 통폐합’ 지시)

이번에 체포된 이들은 호위사령부, 국가보위성, 대외건설지도국 등 주요 국가기관 산하 무역회사에 소속된 무역일꾼들로 알려졌다. 북한은 규모나 소속에 상관없이 회계감사에서 문제가 발견된 회사와 관련자들을 처벌 조치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와크를 회수당한 무역회사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무역 거래의 내막을 알지 못하는 검찰소가 무작정 재무재표를 감사하고, 채무가 과도하거나 회계 장부에 기록돼 있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와크를 회수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대개 무역회사들은 물건값 일부만 선수금으로 지불하고 물건을 모두 받은 후에 나머지 금액을 현금 또는 현물로 지불한다. 특히 중대형 무역회사들은 수입이 이뤄질 때마다 대금 결제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건의 거래를 묶어서 한 번에 결제하기 때문에 재무재표상 채무가 크게 잡히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문제는 무역회사들의 와크가 하루아침에 당국에 회수되면서 이들과 연계돼 있던 중국 등 해외 대방(무역업자)들이 거래대금을 받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는 점이다.

실제 소식통에 따르면 해외 대방들은 이에 대해 북한 당국에 직접 신소(청원)하고, 자국에도 피해 사실을 신고해 손해배상까지 청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북한 내부에서는 자칫하면 국가 간 외교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이렇듯 안팎에서 해당 조치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자 회수한 와크를 완전 무효화 할 것인지, 채무를 해결하는 조건으로 와크를 다시 부여할 것인지를 두고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북한은 문제가 된 무역회사를 계획대로 통폐합시킨 후 상위 무역기관에서 채무를 해결하는 경우에 와크를 재허가한다는 조건을 내건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상급기관이 통폐합된 무역회사의 채무를 강제로 떠안게 된 셈이다.

이에 관련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북한 무역일꾼 사이에서는 당국이 무역회사를 통폐합해 내각 직속으로 두려고 했지만 예상치 못한 채무까지 모두 떠안게 될 상황이 되자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관련자 체포 및 와크 회수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소식통은 “보통 태양절(4월 15일, 김일성 생일) 전에는 체포나 구금을 하지 않는데 무역회사 관련자를 줄줄이 구금시키고 서둘러 와크까지 빼앗은 걸 보면 국가가 무역회사들의 빚을 떠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상당히 심각하게 인식한 것 같다”며 “무역회사 통폐합 조치가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