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국가유일무역제도 환원복구 첫 단계로 ‘무역회사 통폐합’ 지시

내각 중심 감독체계 구축…전문가 “부족한 외화 집중관리해야 하는 시점 도달했을수도”

조중우의교(압록강철교)를 통해 북한 신의주에서 중국 랴오닝성 단둥으로 넘어오고 있는 차량들. 지난 2019년 촬영./ 사진=데일리NK

북한이 무역 부문에 칼을 휘두르고 있다. 실적을 내지 못하는 무역회사를 정리하고, 내각이 직접 모든 무역회사의 수출입 내역과 매출을 감독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편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1일 복수의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부터 각 지역의 무역회사를 내각 직속으로 편입시키거나, 특수기관 산하에 있지만 최근 몇 년간 수출입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는 무역회사를 통폐합하고 있다.

아울러 무역회사의 회계 기록과 자금 흐름을 내각이 관리·감독할 수 있도록 보고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평안남도 인민위원회 무역관리국은 도내 시·군 무역부 산하 무역회사에 대한 통합 작업에 나서 실적이 없는 기관은 문을 닫게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관련 기사 바로 가기: [북한 읽기] 대외무역 부문 ‘내각 중심제’ 실현에 관한 소고(小考))

또 평안남도 국토관리부 산하 삼화무역회사가 내각의 국토환경보호성 소속으로 개편되는 절차가 진행된 것으로도 전해졌다.

북한은 국가유일무역제도를 복구시키기 위한 작업의 일환으로 이처럼 무역회사에 대한 구조조정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김덕훈 내각 총리는 지난 2월 6~7일 진행된 최고인민회의에서 경제현안 보고를 통해 “대외경제 부문에서 국가의 유일무역제도를 환원 복구하기 위한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기업의 무역 자율화를 일부 허용했지만, 앞으로는 국가만이 유일한 무역 행위자가 되겠다는 선포라 할 수 있다.

북한 당국이 국가유일무역제도 복구를 위한 첫 작업으로 무역회사 통폐합 및 내각 중심의 감독체계 구축에 나선 것은 비대해진 무역회사들의 부정축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북한은 특수기관이나 지역당(黨)에서 관리하는 무역회사가 많다 보니 당 정책이 제대로 관철되지 않는다는 점을 문제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가가 허가하는 품목과 수량 이외에 무역회사가 자체 수익을 위해 물품을 반입하자 ‘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 행위에 해당한다며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또한 중앙당이나 국가보위성, 사회안전성, 국방성 산하 무역회사들도 예외 없이 내각의 회계 및 수출입 내역 감사를 받게 한 것으로 미뤄볼 때 권력기관을 등에 업은 무역회사들의 부정부패를 도려내겠다는 의지가 상당히 강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이번 무역회사 개편에는 제재 장기화에 대비해 자력갱생 기반을 다지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에 필요한 자재를 자체적으로 수입하거나 조달했던 관행에서 벗어나 원자재를 최대한 국산화하고 꼭 필요한 수입 자재는 국가기관에 공식 요청함으로써 내각의 승인을 받고 최소한의 수입만 하도록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은 외화 부족 상황과 연관된 조치로 평가된다. 김석진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북한 당국은 대북제재 장기화로 인해 부족한 외화를 집중관리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을 수 있다”며 “부족한 외화를 꼭 필요한 수입품 구입에만 쓸 수 있도록 관리하려는 목적도 해당 조치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