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신·송화지구 “김정은시대 기념비”라 선전하더니…간부집만 완공

일반 주민집은 내부공사 안 돼 당장 입주 힘들어…장판·도배·수도꼭지까지 개인이 알아서 해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송신·송화지구 1만 세대 살림집 준공식이 전날인 11일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준공식에 참석해 직접 테이프를 끊었다. 조용원 당 조직비서와 김덕훈 내각총리, 리일환 당 비서, 김영환 평양시당 책임비서 등도 이날 준공식에 참석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매체가 연일 평양 송신·송화지구 완공을 집중 보도하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업적으로 선전한 가운데, 송신·송화지구 전체 건물 중 간부들이 입주하는 동만 내·외부 건설이 모두 끝났고 일반 주민 살림집은 개인이 알아서 내부 공사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내부 증언이 나왔다.

앞서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송신·송화지구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에 대해 “위대한 김정은 시대의 자랑스러운 기념비”라며 “수도의 살림집 문제를 훌륭히 해결하기 위한 사업이 당대회의 결정으로 채택된 것은 당중앙의 인민에 대한 절대적이고 무조건적인 복무정신, 위대한 인민관의 숭고한 정화였다”고 김 위원장의 애민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매체는 “56정보의 부지 면적에 백수십만㎡의 연건축 면적을 가진 160여 동의 초고층, 고층 살림집들과 공공건물, 봉사망들을 불과 한 해 사이 완공해야 하는 송신·송화지구 1만 세대 살림집 건설은 건축 형식과 내용, 공사 규모에 있어 상상을 초월하는 창조대전이었다”고 자평했다.

1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대규모 주택 지구를 완공했다는 북한식 속도전 선전인 셈이다.

그러나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송신·송화지구는 간부와 돈주 전용 살림집으로 지어진 2개 동만 당장 입주가 가능하고, 다른 곳들은 골조 및 외부 공사만 끝난 상태다. 대다수 살림집의 내부 공사가 끝나지 않아 입주 예정자들이 각자 사비를 들여 도배와 장판을 비롯한 실내 장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유리창은 모두 외창으로 돼 있고 수도꼭지도 임시방편으로 설치해 둔 곳이 대부분이라 물이 안 나오는 곳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주민들이 들어가 살기는 어려운 환경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런 상태에서 입주 예정자들은 앞으로 3개월 이내에 입주해야만 입주권을 박탈당하지 않기 때문에 각자 내부 공사를 빠르게 끝내려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당초 북한 당국은 완공 후 1개월 안에 입주하지 않으면 ‘입사증(입주증)’을 회수하겠다고 밝혔지만, 주민들이 내부 공사 미완 상태를 거론하며 불만을 표출하자 입주 기한을 3개월로 연장했다는 전언이다.

다만 입주 예정자 상당수가 경제적으로 형편이 좋지 않아 내부 공사 비용 마련에 애를 먹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더욱이 입주 예정자들은 이사도 하기 전에 단지 내 조경 공사에 매일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은 외부에 비춰질 경관 조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정작 주민들은 ‘조경 공사에 굳이 이렇게 많은 인력을 동원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한편 입주 예정자들은 초고층 건물들이 불과 1년 새 건설됐다는 점에 대해서도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소식통은 “초고층 건물 수십 동을 1년 안에 만들었다고 하지만 실제로 들어가 살 사람들은 혹 문제가 생길까 걱정한다”며 “뇌물이라도 써서 2~3층을 배정받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 예정자들이 이처럼 여러 가지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반면에 평양에서도 주변 구역에 속하는 사동구역 주민들이나 제대군관, 전쟁노병, 항일투사 가족 등은 송신·송화지구 초고층 살림집을 배정받은 주민들을 상당히 부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은 2025년까지 평양에 5만 세대 살림집을 조성하겠다는 북한 당국의 주거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향후 자신들에게도 새집 입주의 기회가 오기를 바라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