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최근 중국 동북 지역에서 쌀을 대량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춘궁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쌀 가격 안정화를 위해 쌀 수입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일 데일리NK 중국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달 중순부터 중국 동북 지역에서 쌀을 대량 수입하고 있다. 쌀은 화물열차를 통해 랴오닝(遙寧)성 단둥(丹東)에서 평안북도 신의주로 들여가고 있다.
지난 1월부터 중국 해관(세관)이 북한으로 반출하는 물품에 대한 통관절차를 까다롭게 진행하면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 제재 품목은 물론 식료품도 신의주행 화물열차에 싣기가 상당히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중국 해관은 쌀 반출을 제지하기도 해 북한 무역회사들은 “제재 품목이 아닌 쌀은 화물열차를 통해 반출할 수 있도록 허가해 달라”고 수차례 해관에 요구해왔다고 한다.
다만 봄철에 들어서면서 북한의 식량 부족 문제가 한층 심각해진 탓에 북한 무역회사들의 중국산 쌀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했고, 이에 중국 해관은 지난달 중순께부터 화물열차를 통한 쌀 반출을 승인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북한이 들여가고 있는 쌀은 중국에서 가축의 먹이로 쓰일 만큼 질 낮은 쌀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쉽게 부서지고 곰팡이가 나거나 흙 같은 이물질이 섞여 있어 중국 시장에서는 취급하지 않는 최하급 쌀을 수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쌀의 가격은 t당 2300위안(미화 약 316달러)로 알려졌는데, 아시아 벤치마크로 통하는 태국산 장립종 본선인도가격(100% B등급 기준)이 지난달 27일 기준 t당 607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북한이 수입하고 있는 쌀의 가격은 이에 절반 수준에 해당하는 셈이다.
소식통은 “북한 무역대표들은 사치품 사들일 땐 큰돈을 써도 쌀을 살 땐 돈이 없어서 비싼 쌀은 사지 못한다고 말한다”며 “쌀은 중요하게 생각하는 물품은 아니라는 얘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단둥을 출발해 북한 신의주로 들어간 화물열차는 아무것도 싣지 않은 채 중국으로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중국에서는 일용직 노동자가 화물열차 교역 물품 상하차 작업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아 북중 간 어떤 물품이 오가는지 외부에 쉽게 노출될 수 있고, 특히 단둥은 대북제재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리는 곳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도 단둥-신의주 간 화물열차 교역 내역을 민감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랴오닝성보다 지린(吉林)성 훈춘을 통한 북중 간 교역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단둥에서는 강철이나 시멘트도 북한으로 못 나간다. 겨우 벽지 같은 건자재만 열차에 실어 나가는데 훈춘에서는 강철류가 문제없이 나가고 북한에서도 가발이나 속눈썹 같은 가공품을 훈춘으로 가지고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