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서 초대형 양곡 비리 터지나?… “초유의 전국 양정사업소 검열”

중앙당, 직접 양곡 불법 비축 정조준...소식통 "각 지방 책임간부들 개인 보관 실태 드러나"
"'배급 정상화' 특별명령에도 한 톨도 안 내놔"...김정은이 뿔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021년 6월 17일 열린 노동당 제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원회의 셋째날 본인의 서명이 담긴 ‘특별명령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에서 최근 쌀과 밀, 옥수수 등 곡물을 관리·공급하는 전국의 양정사업소에 중앙 검열단이 들이닥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이는 양곡의 비법(불법) 비축에 관한 비리를 철저히 파헤치겠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전언이다.

1일 데일리NK 평안북도·황해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전국의 양정사업소를 대상으로 한 중앙 검열이 시작됐다. 검열은 중앙당 경제부와 내각 농업위원회(이전 농업성)가 직접 맡았다.

이는 지난 시기 각 지방에서 자체 조사로 진행된 것과 비교된다. 이른바 ‘봐주기’ ‘땜 때기식’ 검열에서 탈피하고 발본색원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검열 기간도 비교적 길게 잡았다. 당국은 한 달 동안 도급 양정 기관 행정사업과 양곡 입출고, 보관, 공급 실태를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물 대비 수치(장부)가 정확하게 기술돼 있는지를 꼼꼼히 검토 중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당국이 부풀리기를 통해 뒤로 빼돌리는 부정부패 실태를 사전에 인지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북한 농촌지역에서 량곡 및 먹거리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길거리 노점상들 모습. /사진=데일리NK 사진자료

이 같은 검열은 일단 ‘배급 정상화’라는 당(黨)의 요구를 각 지방에서 관철하지 못한 데서 시작됐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중앙당은 은밀히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기로 했고, 그러던 중 도당, 행정, 사법, 보위 기관 등 특급 기관 책임일꾼들이 창고에 개인용 혹은 사업용 낟알을 보관하고 있는 정황이 속속 포착됐다고 한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원수님(김 위원장) 시대에도 어김없이 도, 시, 군 책임일군(일꾼)들이 양정사업소 창고에 자기 쌀을 따로 비축해뒀었다”면서 “이는 핵심간부들이 뇌물로 받아 보관 중인 낟알들”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양정사업소 지배인들은 창고 칸칸에 개인이나 기관 쌀들을 몰래 보관해주곤 했었던 것”이라면서 “심지어 책임비서 동지 것, 보위부장, 안전부장 동지 쌀, 경영위원회 쌀 등으로 이름까지 부착하는 등 철저히 관리해주는 게 풍(관례)이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심지어 벌레 먹은 묵은쌀은 주민들에게 공급하고 햅쌀은 간부용으로 다시 교체하는 방식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이렇게 양정사업소 간부들은 상급 간부들의 비위를 맞추는 식으로 자기 자리를 유지해왔던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지방에서는 은밀히 감춰진 ‘개인 창고’가 넘쳐났고, 북한 당국이 가장 경계하는 ‘소(小) 왕국’ 체제가 구축됐다. 즉, “최고지도자의 특별미(米)만 있는 게 아니라 도당 책임비서 뿐만 아니라 리당비서의 특별미까지 존재할 정도”(소식통)였다.

당연히 최고지도자의 중대결심(2021년 6월)에 따른 배급 공급 지시도 현지에서는 제대로 먹혀들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군량미 창고 문을 여니 텅텅 비었고 충분한 계획분 식량 공급이 이뤄지지 못했었다. 이를 김 위원장이 ‘중대사건’이라고 명명할 정도였지만, 당시에도 “간부들의 특별미는 한 톨도 출고된 적이 없이 고이 보관 중이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는 이어 “원수님의 ‘특별 명령’ 식량 공급 지시에도 끄떡없이 도, 시, 군들에서는 절대 건드릴 수 없는 신성불가침 영역의 낟알들이 있다는 ‘특수’ 행위에 당 지도부가 분개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번 검열에서 비리가 드러난 대상에게는 보다 과한 처벌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검열원들은 “당에서는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푸느라 정신없는데, 쌀을 비축해 먹을 걱정 없이 살고 있는 것 자체가 반당적, 반인민적 행위”라고 강하게 질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개인 비축 비법 양곡에 대해서는 전부 무상 몰수하며 차후 국가의 처분에 맡길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같은 소식은 주민들에게까지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원수님의 쌀공급 특별 명령에도 나오지 않았던 낟알이 우리에게 차례지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품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