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농촌들에서 본격적으로 벼 추수가 시작된 가운데, 추민들은 올해 쌀 수확량이 예년에 비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벌써 겨울나기를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에 “올해 가뭄과 큰물(홍수) 피해가 있었고 비료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사람들은 수확량이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확한 수치는 가을걷이가 끝나면 알 수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예년보다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고 전했다.
북한은 올해 모내기철을 앞두고 가뭄과 집중호우가 반복됐으며 여름에는 폭염과 폭우가 덮쳐 작물 생육에 악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북한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 폐쇄로 농사에 필요한 비료, 농약 등 농자재를 수입하지 못해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이 같은 이유로 올해 작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월동 준비를 해야 하는 주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소식통은 “수확량 부족으로 겨울나이(겨울나기)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올해도 식량이 거덜 나 겨우내 어려움 속에 살아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사실 농사가 잘되든 안되든 겨울나이는 늘 충분하지 않았다”며 “수확량이 많으면 그만큼 군량미 등 온갖 명목으로 걷어가고 농사가 잘 안됐어도 애국심을 발휘하라며 자발적 원칙에서 애국미, 돌격대 지원으로 식량을 헌납하라고 강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올해도 어김없이 가을걷이에 주민을 총동원하고 있는데, 이에 불만을 드러내는 주민들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동원에 불만이 없는 사람도 있지만 불만하는 사람이 더 많다”며 “몸만 가서 가을걷이에 참여하면 별다른 불만을 갖지 않을 텐데 동원에 나오면서 식량부터 부식물까지 전부 자체로 준비하라고 하니 불만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먹고 살기 괜찮을 때라면 몰라도 지금은 누구라 할 것 없이 생활이 어려운데 준비물까지 챙겨야 하니 의견이 많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북한의 식량 상황이 개선됐을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난 19일 취재진과 만나 “상반기에 식량난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절대량보다는 유통과정 상의 문제가 컸다”면서 “그 이후 북한이 식량 수입을 증가시키고 보리나 밀 등의 추수가 상당히 진척돼서 식량 상황의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는 지난 17일 스푸트니크 등 자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식량 지원 의사를 밝혔으나 북측이 원치 않았다고 전하면서 북한이 올해 꽤 괜찮은 수준의 수확량을 달성했다고 부연했다.
다만 미국 농무부는 최근 발표한 ‘2023∼2024 양곡 연도 북한 계절 곡물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북한의 쌀 생산량을 210만t으로 추정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농무부는 이 수치가 작년 북한의 쌀 생산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