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협동농장의 울분… “군량미 싹쓸이에 개인 채무 못 갚아”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일 “모든 포전을 옥토로 만들어 알곡증산의 튼튼한 담보를 마련하자”라고 촉구했다. 사진은 룡천군 장산협동농장./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에서 올해 농사를 위한 겨울 결산을 마무리했지만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을 수확물을 담보로 개인이나 기관 측에 물품을 빌렸던 협동농장들이 제대로 값을 치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지난해 말 당 중앙위 제8기 4차 전원회의 이후 협동농장에서는 ‘국가 대부 모두 면제’ 조치가 이뤄졌지만, 정작 다른 곳에서 문제가 터져나오고 있는 셈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에 “지역 협동농장에서 농장관리위원회와 작업반장들이 봄에 농사를 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과거에 비료와 농약을 비롯한 농업 자재를 사기 위해 빌렸던 비용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순천시 협동농장 관리위원장은 지난해 순천 목장에 찾아가 돼지 5마리를 가져다 쓰고 가을에 강냉이(옥수수) 2t을 물어주기로 했었다”며 “그런데 협동농장에서 수확된 강냉이를 군(軍)이 다 가져갔다며 제대로 비용을 치르지 않자 목장과 농장 사이에 분쟁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협동농장이 지난해 봄에 농사에 필요한 비료와 농약 등 농업 자재 구매를 위하기 위해 다른 기관에 돈을 빌렸으나 이를 제대로 갚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협동농장 측은 군대에서 지나치게 많은 식량을 수매해 자신들도 어쩔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한 협동농장 관계자는 “이 분쟁의 원인은 농사할 때는 아무것도 주지 않고 가져갈 때는 벌 떼처럼 달려드는 노동당과 군, 보위부 등에 있다”며 “이번 가을에 국가에서 군량미 등을 위한 국가 의무 수매가 강제되면서 농장만 손해를 보게 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현재 당과 정부 기관들은 국가 의무수매제도를 이용해 농민들이 힘들게 지운 곡식을 헐값에 가져가고 있다”며 “농민들이 노력해 얻어낸 산물이 다른 이들이 먹고 사는 데만 사용되고 있다”고도 했다.

북한은 최근 몇 해 전부터 부대 주둔 지역 농장에서 군량미를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올해엔 쌀을 대량으로 공급한 이후 여러 부대가 확보전에 나서면서 농장의 부담은 점점 커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당국의 불합리하고 현실을 외면한 무리한 정책으로 인해 농장과 농민들은 제대로 수확물을 가져갈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농장 측은 이런 사정을 이야기하며 일부 채무 변제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목장 측은 그런 사정과 관계없이 약속했던 비용을 모두 받으려 하고 있다. 양측 간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어 이번 분쟁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망했다.

또한, 해당 농장은 돈주들에게 빌린 다른 차용금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이 농장은 지난해 봄 비료와 농약 구매를 위해 도시의 돈주에게 강냉이 100t 정도의 비용을 빌렸다”면서 “그러나 빌려 간 돈의 30% 정도밖에 물어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해 농사를 준비하는 데도 차질이 예상된다.

협동농장이 올해 농사를 위해 자재를 준비해야 하지만 자재, 농기계 등을 준비하기 위한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차용금 미상환으로 인해 신용이 바닥인 상황에서 다른 곳에서 돈을 빌리기도 여의치 않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