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간부의 토로 “인간적 단합과 사상적 통제, 어찌 같이 높이나”

[주민 인터뷰②] 한 세포 부비서 "간고분투 혁명정신 통하던 시대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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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8일 세포비서대회에 참석해 폐회사를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9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인민에게 최대한의 물질·문화적 복리를 안겨주기 위해 나는 당 중앙위원회로부터 시작해 각급 당 조직들, 전당의 세포비서들이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가 최근 노동당의 최말단 조직인 당세포에 ‘㎡(제곱미터)당책임제’를 언급하며 ‘각 세포들이 혁명 임무를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당 세포들이 맡겨준 자기 혁명진지를 책임지는 것은 곧 당과 국가발전을 의미하는 매우 기초적이면서도 중차대한 문제”라도 했다.

당 세포비서들이 자신이 맡은 구성원의 사상 교양을 책임지고 당이 제시하는 목표 달성을 위해 힘써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당국의 이러한 주문은 지난달 8일 개최된 당세포비서대회에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언급과 일맥 상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은 당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당세포들은 청년교양 문제를 조국과 인민의 사활이 걸린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사상교육과 통제의 중요성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세포조직에서 비서와 함께 행정 업무를 수행하는 세포부비서 리 모 씨는 최근 데일리NK에 “국가가 경제를 발전시킬 방안은 없고 인민들은 장사를 통해 돈 맛을 본 후 사상적으로 이완돼 가니 자꾸 사상교양만 강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 씨는 당국이 강조하는 청년들의 사상 통제 중요성에 대해 일부는 동의하지만 그 책임을 세포 간부들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그는 “나라에서 수시로 인민들 통제하고 비판무대에 세우고 사상투쟁을 시키는 데 세포비서까지 사람들을 옥죄면 악질 치안대라는 소리를 듣는다”며 “치안대라는 손가락질 받는 세포비서가 어떻게 당원들을 인간적으로 단합시킬 수 있겠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북한 당국은 ㎡당책임제의 원칙으로 ‘모든 당원들을 인간적으로 단합시키고, 세포 사업을 적극 도와주고 밀어주어 사상의 정당성과 생활력을 힘있게 과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지시를 수행해야하는 세포조직 간부들은 인간적인 단합과 사상 통제는 상충되는 역할로 동시에 수행할 수 없는 과제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리 씨는 김 위원장의 ‘고난의 행군’ 언급에 대해 “고난의 행군 때처럼 조여야 자본주의화로 사회주의적인 의식과 너무 동떨어진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며 “어떤 뜻인지는 알지만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력갱생, 간고분투 혁명정신으로 버티면 이밥에 고깃국 먹인다던 60년대 수령님 교시 때 태어난 사람들이 환갑이 되어 간다”며 “이제는 죄면 죌수록 국가에 대한 반발만 커진다는 걸 우(위·당국)에서만 아직 모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 편집자주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달 초 열린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고난의 행군’을 언급했습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은 코로나19와 대북제재의 장기화, 자연재해 등 이른바 3중고에 따른 경제난이 지속되자 ‘사생결단으로 위기를 타개하자’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고난의 행군’이라는 단어 자체에 반감을 나타내기도 했는데요. 데일리NK는 북한 주민들과 당의 말단 간부들이 김 위원장의 ‘고난의 행군’이라는 언급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2회에 걸쳐 전해드리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