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9월 말 북한은 “동·서해 전체 수산사업소는 해상 출입 단속 취급 모든 과정을 정확히 기록하고 해상은 물론 바다 근처에 그 누구도 얼씬도 못 하도록 출입 통제를 강화할 것”이라는 내용의 지시문을 내려보냈다.
황해남도 강령군 금동리 연안 수역에서 불법 침입한 정체불명의 남측 인원 1명을 사살하는 사건이 발생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내려진 지시문이었다.
이에 동해에서 고기잡이로 생계를 유지하는 강원도 주민들은 공포 분위기에 휩싸였다. 주민들 속에서는 코로나보다 국가가 더 두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무엇보다 바다 출입이 국가적으로 강하게 통제되면 생계가 직접적으로 위협을 받기에 주민들은 먹고살 길에 대한 막막함을 토로했다. 어업 활동으로 겨우 먹고사는 주민들에게 바다 출입을 금지한 것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다만 북한 당국은 특수 단위들에는 예외적으로 이중 잣대를 들이밀었다. 중앙당 소속 ‘8호 수산’과 군 외화벌이 기관인 ‘7·27 군부대 수산사업소’ 배만큼은 바다에 출입해 조업을 할 수 있게 허용한 것.
8호 수산과 7·27 군부대 수산사업소는 국가 승인 하에 실질적으로 동해 어장을 독점하게 됐고, 바다에 나설 때마다 매번 만선으로 돌아왔다. 이 단위들은 국가 계획을 하고도 남을 어획량에 잡은 물고기들을 도매로 팔아 넘겨 떼돈을 벌기도 했다.
한편에서는 8호 수산, 7·27 군부대 수산사업소와 내통해 도매로 물고기를 받아 되거래로 돈벌이하려는 주민들 간에 치열한 뇌물 경쟁이 벌어졌다. 돈이 없으면 집안의 전자제품 등 돈이 될만한 것들까지 모두 다 가져다 바칠 정도였다.
아울러 당시 북한 당국은 바다 출입 통제로 생계에 큰 타격을 받은 강원도 주민들에게 “8호 수산과 7·27 군부대 수산사업소에 필요한 수산물 포장용 용기(마대)를 수집하는 데 참가하면 수산물이나 건어물을 싸게 공급해 주겠다”고 해 때아닌 소동도 빚어졌다.
주민들로서는 수산물을 조금이라도 싸게 넘겨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래서 주민들은 너도나도 마대를 사들이기 시작했고, 이것이 소문으로 돌자 2021년 겨울 강원도 고성군 장마당에서는 평소 북한 돈으로 2000~3000원 정도 하던 40kg짜리 마대 한 자루 가격이 1만원으로 치솟기도 했다.
이렇듯 북한 당국은 코로나 방역을 빌미로 바다 출입 통제권을 세게 틀어쥐고 주민들을 단속하면서 특수 단위에는 이중 잣대를 적용해 사실상 어업을 독점할 수 있는 특혜를 제공했다.
이 때문에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 속에서는 “코로나가 국가 특수 단위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런 이중기준이 과연 맞는 것인가”, “인민이 지키는 방역 규정과 특수 단위가 지키는 방역 규정이 따로 있는 것인가”라는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그런가 하면 강원도 고성군의 한 주민은 “국가의 이중기준에 분노한 선주, 선장들이 부둣가에서 목선에 휘발유를 뿌려 불살라 버리기도 했는데, 결국 국가의 방역 방침에 항의한 반동분자로 보위부에 잡혀가 돌아오지 못했다”고 회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