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오는 7월에 개최되는 도쿄올림픽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이 같은 결정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준하에 결정된 공식 사항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북한 당국이 결정을 번복하고 도쿄올림픽에 참가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8일 데일리NK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화상으로 진행된 조선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최근까지 올림픽 참가를 준비하고 있었던 종목과 선수별 훈련 상황, 기록 등에 대한 점검 및 총화가 이뤄졌고, 도쿄 올림픽 불참에 대한 당(黨)의 결정이 체육성 간부들에게 통보됐다.
올림픽 불참 결정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비준 하에 결정됐으며 조선올림픽위원회가 화상회의를 개최하기 전(前) 중앙당이 이 같은 내용의 지시문을 체육성에 하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화상회의에서 올림픽 불참을 토의·결정했다는 체육성의 주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북한 체육성은 지난 6일 ‘조선체육’ 홈페이지를 통해 “조선올림픽위원회는 총회에서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세계적인 보건위기 상황으로부터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위원들의 제의에 따라 제32차 올림픽 경기대회에 참가하지 않기로 토의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북한의 체제 특성상 김 위원장의 비준으로 이미 결정된 사항을 형식적으로 표결에 붙였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우리 정부는 북한의 올림픽 불참 결정 발표에 대한 보도 형식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6일 정례브리핑에서 “올림픽은 세계 평화의 제전인 만큼 앞으로 시간이 남아 있으며 북한이 참여하기를 기대한다”며 “외교부를 포함해 정부 유관부문에서는 이번 결정의 과정 그리고 홈페이지 게재라는 보도 형식 등과 관련해서 제반 상황 등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대변인의 발언은 북한의 올림픽 불참 결정이 <노동신문>이나 <조선중앙통신>같은 관영매체가 아니라 체육성이 운영하는 ‘조선체육’ 홈페이지에 게재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같은 발표가 당국의 공식적인 결정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북한이 결정을 번복하고 올림픽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하지만 소식통은 체육성이 운영하는 ‘조선체육’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밝힌 것은 내부 주민들을 의식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올림픽은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국제대회라는 것을 일반 인민들도 다 알고 있고 일부는 이를 기다리는 사람들도 있다”며 “코로나 때문에 우리 선수들을 일본에 보낼 수 없다는 것을 미리부터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는 없다는 게 우(위)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올림픽 불참 사실을 알게 될 경우 코로나에 대한 불안감이 조성되는 등 내부 정치적으로 동요가 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재가동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절 기념식 연설에서 “올해 열리게 될 도쿄올림픽은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한국은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는 올림픽을 계기로 한 한국과의 정치적 접촉을 검토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소식통은 “도쿄올림픽에서 남조선(한국)과 대화나 접촉을 한다는 계획이나 검토는 전혀 없었다”면서 “논의 대상이 된 적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