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격사건 南책임’ 배후에 인권 지적 발끈 김여정 있었다

소식통 "김여정, 28일 '南 책임 부각' 보도문 작성 지시...공론화 꺼리는 것"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공무원(항해사)이 실종 직전까지 타고 있었던 무궁화 10호의 모습. /사진=연합

북한 당국이 최근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47) 씨의 피격 사건에 “주민 관리를 못한 남측 책임”을 주장한 가운데, 이는 유엔에 관련 사건이 공식 보고가 영향을 끼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인권문제 공론화에 발끈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번 조선중앙통신 보도 전반에 관여했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2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조선중앙통신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 보도를 게재하기 하루 전인 지난달 28일 김 제1부부장은 중앙위원회 통일전선부에 남측의 책임을 부각시킬 수 있는 내용으로 공개 보도문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이와 관련 조선중앙통신은 29일 “이번 서해 해상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은 남조선(한국) 전역을 휩쓰는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코로나19)로 인해 어느 때보다 긴장하고 위험천만한 시기에 예민한 열섬 수역에서 자기(한국) 측 주민을 제대로 관리, 통제하지 못해 일어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소식통은 “원래 (당국은) 통일전선부를 통해 1호 친서도 보내면서 이 문제를 덮으려고 했다”면서 “그러나 유엔에서 이 사건이 논의되고 보수패당이 그 가족(유족)들을 부추겨 국제 인권 문제로 부풀려고 하니 수뇌부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조선(북한)의 인권 문제로 불을 지피는 건 (북한 당국의) 가장 아픈 구석을 찌른 행위”라고 덧붙였다.

실제 토마스 오헤야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각) 유엔총회 제3위원회 원격회의에 출석해 북한인권 현황을 보고하며 이 사건을 공식 언급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최근 서해상에서 북한 경비병에 의해 한국 공무원이 총격 살해당하고 시신이 불태워지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민간인을 자의적으로 사살한 이 사건은 국제인권법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규탄했다.

다만 북한은 유엔을 직접 비난하기보다는 한국 야당의 이른바 ‘대결 망동’을 명목 삼아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쪽으로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보도에서 “국민의 힘을 비롯한 남조선의 보수세력들은 계속 ‘만행’이니 ‘인권유린’이니 하고 동족을 헐뜯는데 날뛰는가 하면 이번 사건을 저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회로 만들기 위해 분주탕을 피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야당의 어떤 발표나 대책이 문제였는지는 언급하지는 않았다.

한편, 북한 내부에서 남측 공무원 피격 사건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또 다른 내부 소식통은 “서해 해상분계선(NLL) 인근 군부대나 군인 사택들은 물론이고 황해남북도 지역 사민(私民)들까지 이 소문을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를 앓던 남쪽 사람이 북으로 헤엄쳐왔다, 이미 죽어서 떠내려 왔다, 살긴 살았는데 도망치려 해서 총을 쐈다는 등 너무 많은 소문이 떠돌고 있다”면서 “그래도 그렇지 사람을 오물처럼 처리한 것은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많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