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군단 군인, 상급에 총 쏘고 탈주…수배령 내려지고 국경 봉쇄

지속적인 괴롭힘 견디다 못해 총으로 쏴 죽이고 도망친 듯…국경지역 경계 한층 강화

북한 국경지역에서 군인들이 무장한 채 경비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함경북도 종성군에 투입된 폭풍군단 군인이 상급 군인을 총으로 쏴 죽이고 도망치는 사건이 발생해 긴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8일 데일리NK에 “지난 22일 종성군 연선에서 순찰근무 중이던 폭풍군단 군인 1명이 같이 근무를 서던 부분대장을 자동보총으로 쏴 죽인 뒤 보총을 보초막에 벗어놓고 탄알 주머니만을 몸에 걸친 채 그 달음으로 도주하는 사건이 벌어져 수배령이 내려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탈주한 군인은 20대 초반으로, 그는 상급인 부분대장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왔다.

실제 사건 당일에도 부분대장은 근무시간에 주민 사택에 들를 일이 있다면서 이 군인에게 순찰을 맡기고 사라졌다가 돌아와서는 추워죽겠다면서 군인의 개털슈바(근무용 패딩)를 벗겨 자기가 덮고, 자신은 보초막 안에 들어가 잘 테니 자신이 순찰할 구간까지 다 돌아보라고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부분대장은 평상시에도 이 군인을 수족처럼 부렸는데, 병실(兵室)에 들어와서도 자신의 옆자리에 눕혀 괴롭히는가 하면 양말, 발싸개, 속옷 등 모든 빨래를 시키고 상부에서 욕을 먹거나 기분이 안 좋을 때마다 이 군인을 따로 불러 구타하는 등 가혹행위를 저질러왔다고 한다.

소식통은 “부분대장의 이러한 행위는 다른 군인들이 보는 앞에서도 감행됐다”면서 “이 때문에 분대의 군인들은 사건 당일에 있었던 일로 화가 난 군인이 그동안 쌓여왔던 울분을 참지 못하고 부분대장을 총으로 쏴 죽였을 것이라고 증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폭풍군단은 이번 사건이 일어난 즉시 행방불명된 군인을 잡으려고 주변을 차단하는 등 무척 애를 썼으나, 며칠이 지나도록 찾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당시 상태에서는 강을 건너 국경을 빠져나갔을 것이라고 보지 않았기 때문에 24시간 안에 잡을 수 있다고 장담하고 주위 경계를 강화했지만, 결국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사건은 지난 27일에야 상부에 보고됐으며,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북한 당국은 우선 함경북도의 모든 국경 지역의 경계를 강화하고 행불된 군인이 황해북도 사리원의 고향 집에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 즉시 보위부와 보안서가 감시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 사건은 함경북도 회령 등 국경 지역에 봉쇄령이 내려지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그는 “폭풍군단이 자체로 사건을 해결하려다가 안 돼서 상부에 보고했는데, 행불된 군인이 국경을 넘었을 수 있다는 추측을 이제야 하게 되면서 뒤늦게 국경에 봉쇄령이 내려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보기: 함경북도 회령에도 봉쇄령 내려졌다…발 묶인 주민들 ‘아우성’)

이런 가운데 현재 종성군에 주둔하고 있는 폭풍군단 부대에는 총정치국 검열 성원들이 나와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총정치국은 국경을 지키라고 폭풍군단을 국경에 파견했는데 오히려 무법천지가 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폭풍군단의 생존 훈련이 너무 잘 돼 있어 산에 들어가 버리거나 중국으로 넘어가면 잡기 힘들다면서 규율 강화에 나섰다고 한다.

이밖에 현재 인근의 국경경비대 부대들에도 연대 보위부가 내려와 총기사고, 도강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하라고 당부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