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보수 분열이라는 현실 속 ‘하드랜딩’ 통일을 점검한다

“준비되지 않은 통일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면 이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지 않을까.”

신간 ‘빗나간 기대-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바로 이 한 마디에서 시작된다. 누구나 사전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이뤄지는 ‘하드랜딩’ 통일 보다 북한의 변화를 유도해 충격을 최소화하며 점진적으로 이루는 ‘소프트랜딩’ 통일을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소프트랜딩 통일이 바람직하다고 해서 그 기대가 반드시 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과의 교류 협력을 통해 변화를 점진적으로 유도한다는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은 전형적인 소프트랜딩 접근방법을 채택한 것이었다. 햇볕정책으로 통용되던 대북 포용정책은 이후 들어선 노무현 정부에도 그대로 이어졌고, 남북관계는 교류 협력의 제도화 단계로까지 들어서는 듯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는 점차 삐걱대기 시작했다. 앞선 정부의 정책들을 뒤집는 과정에서 대북 포용정책 기조는 유지될 리 없었다. 이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뒤 남북관계는 더욱 악화됐고, 2016년 2월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로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대북정책. 통일을 위해 지극히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지만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일관된 대북정책이 행해져야 하지만, 정권 교체가 이뤄질 때마다 대북정책은 급변해왔다. 소프트랜딩 방식의 통일에 대한 ‘기대’는 우리 사회 진보-보수의 적대적 분열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있다.

대북정책의 비일관성, 그리고 그러한 비일관성을 초래하는 진보-보수 간의 대립이 단기간에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리 스스로의 역량으로 북한의 변화를 견인해 준비된 통일을 할 가능성은 잘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북한 체제의 경직성은 소프트랜딩 통일을 어렵게 만드는 또 하나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책 ‘빗나간 기대-준비되지 않은 통일’은 하드랜딩 통일의 가능성에 대해 점검한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에 하드랜딩 통일 준비의 필요성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논의의 장(場)을 열고 있다.

실제 하드랜딩 통일이 이뤄진다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가 맞닥뜨려야 할 부작용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또 통일 과정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방향은 무엇이며, 통일시대에는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혹자는 ‘통일이 왜 필요하냐’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저자는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특수성을 가진 지역에서 우리가 우리 목소리를 내고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대한민국이 동북아에서 독립변수로 살아남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우리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통일이라고 설명한다.

이렇듯 저자는 책 속에 통일에 대한 고민과 고찰을 담는 한편, 독자들에게 어떤 통일 방향이 가장 현실적일지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저자 안정식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1996.2)하고 SBS 기자로 입사(1995.11)한 뒤 사회부, 보도제작부, 국제부, 편집부 등을 거쳤다. 2003년 걸프전 당시에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전쟁 상황을 취재하기도 했다. 2006년부터 정치부에서 통일부를 출입하며 북한 취재를 담당해 왔고 평양과 백두산, 개성과 금강산 지역을 방북 취재했다. 2018년부터 SBS 북한전문기자로 재직 중이다. 재직 중 학업을 병행해 서울대 정치학과에서 석사(2002.8)를, 경남대 북한대학원(현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박사(2007.8) 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는 ‘한국의 자주적 대북정책은 가능한가’, ‘갈등하는 동맹’(공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