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고압 철조망’… ’29호 공장’ 인근서 아동 3명 감전사

잠수함 배터리 공장 근처 골짜기서 약초 캐다가 ‘변고’...소식통 “9명도 부상 당해”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에 설치된 철조망 모습. /사진=데일리NK

올해 평안북도 삭주군에 있는 잠수함 배터리 부품 생산 공장 근처에서 아동 3명이 접근 방지 고압 철조망에 감전돼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22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러한 실태는 제29호 공장에서 올해 10개월간의 사고 대책 보고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밝혀졌다. 또한 유사한 이유로 9명의 아동이 부상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모두 14세 미만의 아이들이었다고 한다.

‘‘80일 전투’ 기간 사고 건수를 줄이고 당(黨) 8차 대회를 승리자의 대축전으로 맞이해야 한다’는 상급 당 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공장 안전위원회가 각종 사고를 파악했는데, 정작 이 같은 ‘민낯’이 드러나게 된 셈이다.

여기서 29호 공장은 2017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군수공장 현대화 방침에 따라 잠수함 배터리 부품 생산기지로 탈바꿈한 곳이다. 삭주군에 배터리 원료인 니켈 매장량이 풍부하다는 점을 고려, 거의 방치된 공장이 새롭게 거듭난 것이다.

이에 관계자들은 이런 면모를 갖춘다는 명목하에 공장 내외부를 위수(衛戍)구역으로 지정, 다중 전기 철조망을 구축했다고 한다. 특히 공장 인근 골짜기에 3300V 고압 철조망을 배치하기도 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당연히 이 같은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강화 조치 일환으로 학교에 가지 않은 아이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산에서 나물과 약초를 캐다 ‘변’을 당했던 것이다.

소식통은 “‘29호 공장’ 골짜기에 약초, 나물, 열매가 다른 데보다 배나 많다는 입소문에 아이들이 공장 보위성원들 몰래 들어가곤 했었다”면서 “한창 배우고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이 가계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산에 올랐던 건데, 뜻하지 않은 사고를 당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공장 측은 사고 보상 및 피해 가족 위로 등은 전혀 생각지도 않으면서 보안 강화 대책 마련에만 주력하는 모습이다.

소식통은 “공장 측은 19일 사고 집계를 두고 ‘당에서 중시하는 잠수함 부품생산기지의 보위, 안전 사업을 허술히 한 점을 비판·총화(평가)하겠다’는 목적으로 안전위원회를 열었다”면서 “여기에서 민간인들과 아이들이 위수 구역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순찰 감시 근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했다.

또한 공장 일꾼들이 “올해 아동 감전 사고 원인은 학부모들과 학교에서 아이들 관리를 잘하지 못한 데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사고로 자식을 잃거나 부상을 입은 부모 마음을 더 아프게 하는 것이다.

한편, 현지 주민들은 대체로 “군수공장 지역에 있는 우리들은 감전 사고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 “온 나라가 군수공장 천지인데 주민들의 삶을 위주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소식통은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