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읽기] 군량미 착취와 北 지도부의 ‘자아 성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가을 추수철을 맞아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80일 전투’와 맞물려 생산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신문은 16일 숙천군 채령농장의 소식을 전하며 “가을걷이와 낱알털기를 최단기간에 끝내기 위해 한 사람 같이 떨쳐나서고 있다”라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농촌에서 ‘낟알 찾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70·80년대 낟알 찾기는 가을과 운반, 탈곡 과정에 허실 된 곡물을 찾는 것이었다면 작금의 “낟알 찾기”는 국가 의무 수매계획지표 달성을 위한 갈취라는 점에서 그 결을 달리한다.

최근 평안남도 데일리NK 소식통에 따르면, 도내 농촌 곳곳에서 당(黨), 사법검찰, 안전부, 인민위원회, 경영위원회 합동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조사의 목적은 ‘군량미 송출계획을 무조건 보장하라’는 노동당 군사위원회 명령을 관철하기 위해 경영활동을 목적으로 숨겨놓은 곡물을 모조리 찾아내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폭우, 태풍피해로 전반적 농사 작황이 감소돼 내년 종곡(種穀)을 내놓으면 농민들의 식량 분배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농촌 현지에서는 ‘가을 같지 않은 가을’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즉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북한의 농민들이 군량미로 올해 농산물을 다 바치고 나면 당장 겨울날 식량도 빠듯하다는 것이 현지 관계자의 전언이다. 무엇부터 잘못된 것일까?

현재 북한경제가 어려움에 봉착한 건 대체로 자연재해나 코로나 사태와 같은 외적인 요인보다 잘못된 리더십, 폐쇄적인 제도, 자율성의 결여, 자원 배분의 비합리성 등 내적인 요소가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 필요한 건 역시 ‘변화’다. 그런데 현재 북한의 정책결정자들은 이러한 분야의 변화 없이도 그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는 허망한 기대를 하고 있다.

변화 없이 경제 상황이 좋아진다든지, 국제사회 제재가 풀린다든지 하는 기대는 일찍이 버려야 한다.

북한 지도부가 일하는 방식, 제도, 의사 결정방식 등의 변화를 두려워한다면 그 결과는 참담할 것이다.

이제 구태의연한 행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간부를 교체한다든지, 주민들을 착취한다든지, 선동선전을 통한 격려한다든지 등의 방식은 이제 문제해결 열쇠가 아니다. 지도부의 집중적인 자아 성찰이 동반돼야 문제 핵심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고, 또 스스로 먼저 변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