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애국미’ 명목으로 주민들 쥐어짜 부족한 곡물 확보 나서

주민 1인당 쌀 최소 5kg 낼 것 강요…자발적 활동이라 설명하지만 사실상 반강제로 거둬

지난 2021년 가을 낟알털기(탈곡) 작업을 진행 중인 평안남도 숙천군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당국이 일반 주민을 대상으로 ‘애국미’라는 이름의 군량미 헌납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 인민군 후방총국이 주요 농장을 돌며 군량미를 우선 수매했음에도 곡물 확보량이 충분치 않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21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북한 당국은 애국미 명목으로 주민 1인당 최소 5kg의 쌀을 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4인 가구의 경우 최소 20kg의 쌀을 내야 하기 때문에 가정마다 부담이 상당하다고 한다.

북한이 현재 주민들에게서 거두는 쌀은 군 후방총국에서 관리하는 군량미로 들어가게 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북한은 주민들의 애국미 헌납에 대해 ‘국가발전을 위한 자발적인 활동’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인민반과 기업소가 쌀 헌납을 의무화하는 분위기여서 주민들은 반강제적으로 쌀을 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주민들은 ‘다른 가정은 다 쌀이나 강냉이를 내는데 우리 가정만 안 낼 수도 없고 그랬다가는 비판 무대에 설 게 뻔하다’고 말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북한은 해마다 전 주민을 대상으로 애국미 헌납 운동을 실시해왔지만, 올해는 국가에 대한 헌신을 더욱 강조하면서 반드시 쌀을 제출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노동자들에게 10kg의 쌀을 의무적으로 내도록 지시한 기업소도 적지 않고, 농촌지역 농민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애국미 헌납은 도시 지역보다 1인당 할당량이 10배 이상 더 많은 것으로도 파악됐다.

지난해 농업 생산량이 줄고 국가기관과 양곡판매소의 헐값 수매로 농가 수입이 감소하는 형편에서 애국미 헌납 요구까지 이어지자 당국에 불만을 호소하는 농민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양곡판매소 때문에 농가 소득 하락… “더 힘들게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사람들은 ‘제출하라는 과제만 없어도 살겠는데 국가에서 주는 것은 없고 맨날 내라고만 하니 살 수가 없다’, ‘점점 해가 갈수록 애국이요 충성이요 하면서 백성만 쥐어짜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진행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에서 “국가부흥 발전의 강력한 추동력인 사회주의애국운동, 혁명적인 대중운동을 활발히 조직하고 옳게 이끌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과 근로단체 조직에서 ‘애국’을 기치로 여러 가지 대중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주문인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는 농업 이외에도 여러 분야에서 ‘애국주의’를 내세워 주민들에게 과제를 내리고 이를 강제로 부담시킬 가능성이 더 클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