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이 올해 군량미 확보를 위해 곡장지대 농장들에 무장 군인들을 파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농업 생산량이 적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군이 군량미 확보에 재빠르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6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군은 지난달 20일경부터 군량미 확보를 위해 황해북도와 황해남도 등 곡창지대에 무장한 군인들을 파견했다.
현지에 파견된 군인들은 ‘한 알의 낟알이라도 유실됨이 없이 만전을 기하라’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도착한 첫날부터 곡물 경비에 돌입했다는 전언이다.
현재 황해북도 곡산군과 서흥군 등에는 8·15훈련소 군인들이 파견됐다고 한다. 현지 협동농장의 토지면적과 예상 수확고에 따라 1개 리에 평균 2개 소대의 병력이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와 비교해 파견 병력이 2배 늘어난 것으로, 이는 그만큼 북한군이 올해 군량미 확보에 더욱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군인들은 주간 조와 야간 조로 나뉘어 논밭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이들은 가을 추수가 시작되면 벼를 비롯한 모든 곡물의 탈곡이 완료될 때까지 배정된 농장과 작업반들의 모든 알곡 경비를 담당하게 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실제 곡산군 문양리에 파견된 군인들은 옥수수밭 모퉁이마다 경비초소를 세우고 오고 가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옥수수를 몰래 따가지 않는지 검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군인들은 농장 관리위원회와 작업반장의 승인 도장이 찍힌 확인서가 없으면 주민들이 가지고 있는 과일이나 부식물까지 모두 무상몰수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상황은 황해남도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황해남도에는 4군단 예하 부대 군인들이 파견됐고, 이들은 군과 리 단위로 협동농장 논밭을 배정받은 후 저녁 7시부터는 모든 접근을 통제하고 있다.
특히 황해남도 안악군의 한 협동농장에 파견된 군인들은 현지 농장원들이 집짐승 먹이용 풀을 뜯기 위해 옥수수밭에 들어서려 하자 소리를 치며 저지시키고 길가에서만 풀을 뜯도록 해 주민들이 불평을 샀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군인들이 무장을 하고 곡물을 지키고 있어 농장원들이 옥수수 하나 삶아 먹기도 힘든 형편”이라면서 “농장원들이 농사를 지은 보람이 있어야 하는데, 한해 열심히 지은 농작물은 고사하고 풀 한 포기도 마음대로 뜯을 수 없으니 청년들이 농장을 떠나고 농사지을 사람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올해 농사가 잘 안돼 분배를 기다리기보다는 곡식이 조금만 여물면 도둑질을 해서라도 식량을 마련해두려는 주민들이 많다”면서 “그러나 무장을 한 군대가 또 들어와 농장 밭을 지키고 있으니 주민들은 ‘도둑질은커녕 당장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실정이 돼 버렸다’고 한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