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병식 군복·장비, 보여주기 ‘행사용’… “모두 기념품으로 보관”

소식통 "재원 부족에 장비 현대화 계획 수립 못해...전략무기 개발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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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우리군의 전투복과 유사한 디지털 위장무늬 군복을 착용한 북한 군인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열병식(10·10)에서 새로워진 군복과 개인 전투장비 등을 선보이면서 북한군의 현대화 속도가 빨라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이는 열병식을 위해 기획됐고 개인 장비 현대화 계획도 수립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군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0일 열병식에서 공개된 군복과 장비는 평시에는 착용할 수 없는 행사용으로, 무릎 보호대와 양말까지도 이날 행사를 위해 제작됐다. 열병식 참가자들은 행사 군복을 기념품처럼 보관한다고 한다.

현대화된 소총과 방탄복, 방탄 헬멧 등 개인 장비도 열병식을 위해 마련됐다는 뜻으로, 다만 호위사령부 등 극소수의 부대에만 2022년까지 전투 장비 현대화를 실현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즉 북한 당국은 전군의 전투장비 현대화에 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으며, 재원(財源)도 아직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소식통은 “자금 부족으로 일반 군인들의 낡은 군복까지 새 것으로 교체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개인 무장장비를 전체적으로 개선하기보다는 로케트(미사일)나 방사포 개발에 더 전력한다는 게 상부의 뜻”이라고 말했다.

특히 열병식에서 북한 군인들은 우리 군이나 미군이 착용하는 멀티캠(MultiCam)과 유사한 군복을 입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으며, 우리 군의 전투복인 디지털 무늬 복장을 한 군인들도 도열했다.

실제로 북한은 이번 열병식 군복을 제작하면서 우리 군과 미군의 군복을 모방했다고 한다. 다만 군복 옷감은 전량 중국에서 조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장갑차도 미국 장갑차를 모델로 제작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중국과 미국, 로씨야(러시아)의 가장 좋은 장점들을 모아서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장갑차를 개선했다”고 말했다.

내부 구조와 기술은 중국, 러시아형도 참고했지만 장갑차의 외형은 미국형을 많이 본 따 만들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열병식에서 공개된 북한 신형 전차는 미군의 M1, 우리 군의 K-1과 비슷한 모습이었으며 미군 스트라이커처럼 전차포와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한 장갑차도 도열했다.

이 신형 전차와 장갑차는 이미 일선 부대에 편제돼 실전배치가 완료된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열병식을 지켜본 일반 군인들 사이에선 “마치 다른 나라 군인들을 보는 것 같다”는 목소리도 나왔다고 한다.

소식통은 “현실 군인들의 복장과 무기장비 모두 낡은 것들이고 공급도 달라진 것이 없는데, 우리가 모르는 사이 언제 저렇게 발전했나라는 비판도 있었다”며 “특종 부대와 일반 부대 간 격차가 더 심해지는 것 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