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북한, 핵·미사일 담당 리병철에 ‘원수’ 칭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5일 제7기 제19차 정치국 회의를 주재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6일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에게 군 최고계급인 ‘원수’ 칭호를 수여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어제(5일) 정치국 회의를 열고 군 주요인물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상장(별 셋), 대장(별 넷) 등의 승진 인사인데, 주목할 것은 원수 인사다. 이번 회의에서 리병철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과 박정천 총참모장이 원수로 승진했다.

북한군 계급은 우리하고는 좀 다르다. 장성의 경우 준장-소장-중장-대장으로 돼 있는 우리 군 계급과는 달리, 북한은 소장(별 하나)-중장(별 둘)-상장(별 셋)-대장(별 넷) 체계다. 그리고 대장 위에 차수라는 계급이 있고, 그 위에 원수 계급이 있다.

세계 최강의 군대라는 미군에도 원수 계급을 단 사람은 거의 없는데, 북한군에는 원수 계급을 달았던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먼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가 모두 원수 계급을 달았다. 이들은 군인이 아닌 만큼 공화국 원수라는 칭호를 받았는데, 김일성과 김정일은 대원수 칭호까지 받았다. 김 씨 일가 외에 군 원수 칭호를 받은 사람은 지금까지 오진우, 최광, 리을설, 김영춘, 현철해 등 다섯 사람이 있었다. 이 가운데 현철해(1934년생)를 제외한 네 사람은 사망했고, 현철해는 북한의 공식 사망 발표가 없었던 점으로 미뤄 살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원수 계급이 남발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군 원수 칭호를 받았던 사람이 다섯 명뿐이라는 점을 보면 북한에서도 원수 계급은 아무나 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만큼 군에서 비중이 주어지는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리병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태풍 피해를 입은 황해남도 장연군 일대를 찾아 복구 사업을 지도했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1일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원수 계급 단 리병철, 고속승진 계속

그런데, 이번에 원수 계급을 단 리병철은 최근 고속승진을 거듭하고 있는 사람이다. 공군사령관 출신의 리병철은 지난해 12월 당 정치국 위원과 당 중앙위 부위원장, 군수공업부장을 꿰 찬 데 이어, 올해 4월에는 국무위원회 위원, 올해 5월에는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되었고, 올해 8월에는 정치국 상무위원까지 진입했다. 정치국 상무위원은 북한에서 김정은 위원장을 포함해 최룡해, 박봉주, 김덕훈까지 다섯 명만이 가지고 있는 직책으로 북한의 최고권력에 해당한다.

여기에 리병철은 김일성 일가를 제외하고는 북한군 역사상 다섯 명만이 가지고 있었던 원수라는 계급까지 받았다. 북한 권력의 핵심으로 발돋움하면서 김정은의 총애를 받고 있는 것이다.

리병철은 왜 이렇게 고속승진하며 총애를 받고 있을까.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 시절부터 핵과 미사일 개발을 담당하며 북한의 전략무기 개발을 주도해왔기 때문이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8월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면서, 전략무기 개발 분야는 리병철이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사업실적으로 보답하라

김정은 위원장은 어제 정치국 회의에서 리병철에게 원수 칭호를 수여하는 당중앙위, 당중앙군사위, 국무위원회의 공동결정서를 전달하면서 “높은 사업실적으로 보답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전략무기 개발을 더욱 다그치라는 뜻이다.

오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기념일 75주년 열병식에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 등장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다. 북한이 신형 ICBM을 개발했다면 시험발사와 실전배치는 자연스럽게 뒤따를 수밖에 없는 수순이다. 다만, 시험발사를 언제 할지에 대해서는 미국 대선 상황을 놓고 북한이 고심 중일 것으로 보인다. ICBM을 발사해놓고 트럼프가 재선할 경우 트럼프의 격노를 감당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 아무리 어려워도 전략무기 개발은 계속

북한은 이번 정치국 회의에서 연말까지 ‘80일 전투’를 결정했다. 내년 초 제8차 당대회를 앞두고 다시 노력동원 운동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유엔 제재와 코로나로 인한 국경차단으로 외부지원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믿을 것은 노동력뿐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전략무기 개발 주역인 리병철을 원수로까지 승진시킨 것은 아무리 어려워도 핵, 미사일 개발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ICBM이든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든 북한의 추가적인 전략무기 도발이 언제 있을지는 모르지만, 북한의 전략무기 개발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