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말 열린 제8기 제9차 당 전원회의에서 남북은 더 이상 동족이 아니라 적대적 교전국 관계라고 규정하자 주민들은 “마음속에 작게나마 있던 통일의 희망이 완전히 사라졌다”며 실망감을 표하고 있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에 “언제 통일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마음속으로는 통일이 빨리 돼서 우리도 다른 나라처럼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통일이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 된 것 같아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통일에 대한 기대가 크지는 않았어도 언젠가는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앞으로 통일이 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며 “당황스럽기도 하고 실망감도 든다”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근 진행된 전원회의에서 대남 비난 발언을 쏟아내며 “우리가 동족이라는 수사적 표현 때문에 미국의 식민지 졸개에 불과한 괴이한 족속들과 통일문제를 논한다는 것이 우리의 국격과 지위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핵미사일을 포함한 군사력 개발에 집중하면서 대남 도발을 지속할 것임을 노골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에 일반 주민들은 몇십 년간 외쳐온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구호를 언급하면서 “이제 와서 통일은 성사될 수 없는 일이라니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북한 당국이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통일 불가론’을 명확히 하면서 통일이 되면 경제적으로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품고 있던 일부 주민들이 낙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북한 주민들은 “국방력 강화를 위해 자원을 쏟아붓기보다는 당장 주민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국가 정책 방향이 시장 물가가 안정화에 집중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내고 있다.
소식통은 “국가에서는 계획보다 많은 알곡을 생산했다고 하지만 식량판매소에서는 알곡이 공급되지 않아 한 달 중 반 이상은 문이 닫혀 있다”며 “지난달부터 식량 가격도 오르기 시작해 아우성”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수산물이나 석탄도 실정은 마찬가지”라며 “1년에 한 번 명절에나 임연수 사다 맛보는 정도고 석탄도 1t당 30만원을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인민경제 전반에서 괄목할만한 성과가 개괄됐다”며 “알곡은 103%, 전력·석탄·질소비료는 100%, 수산물은 105% 증산을 이루는 등 인민경제발전 12개 고지가 모두 점령됐다”고 밝혔다.
부문별로 계획보다 많은 성과를 냈다고 선전한 것이지만, 실제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적 개선은 전혀 없었다는 이야기다.
소식통은 “인민들은 국가가 무엇을 해줄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며 “그저 인민 생활 개선을 위해 이동만 좀 자유롭게 돼서 장사하고 먹고사는 일이 좀 편해지면 좋겠다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