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김정은의 벼랑끝전술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전날(16일)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훈련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은 올해들어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등 최고위급 정책회의를 연이어 개최하여 “농촌문제 대책 마련”, “군사준비태세 확립” 등에 총력을 집중하는 가운데, 3월 중순부터 시작된 한미합동군사훈련 ‘자유의 방패’에 즈음하여 보다 공세적인 도발을 자행하고 있어 내외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지난 16일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도쿄 한일정상회담 출국 2시간 40분 전에 1만 5000km급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동해상으로 시험발사하는 현장을 직접 지도하고 신문·방송을 통해 핵공격 위협을 더욱 노골화하였다.

“우리의 핵무력은 결코 광고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보위의 성스러운 사명수행을 위해 필요한 경우 언제든지 사용될 수 있으며 위험하게 확전되는 충돌이 일어난다면 전략적 기도에 따라 임의의 시각에 선제적으로 사용할수 있는것이다.  이번에 진행된 대륙간탄도미싸일 《화성포-17》형 발사훈련은 그에 대한 명백한 시사이다”(2023.3.17. 로동신문/조선중앙통신)

이 같은 김정은의 벼랑끝전술은 언제까지, 어느 수준으로 진행될까?

김정은의 위기관리

김정은은 집권 이후 핵·미사일 개발에 올인하는 과정에서 경제난·하노이 노딜 외교대참사(2019.2) 등의 문제점에 직면하긴 했으나, 때로는 공세적으로 때로는 수세적으로 위기(risk)를 그럭저럭 관리해 오고 있다.

대표적인 위기관리 성공·실패 사례 10가지를 보면, 먼저 ①김정일 사후 절대 권력 공백기에 빠르게 홀로서기 ②장성택 숙청 등 공포통치 ③‘2.29합의’ 파기를 통한 공격적인 핵개발 정책으로의 전환 ④개성공단 폐쇄 등은 위험 요소가 다소 있긴 하였지만 ‘先 정권안정, 後 변화발전’의 정책 기조 측면에서 볼 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⑤DMZ 목함지뢰 도발 ⑥하노이 미북정상회담 노딜 이후 촉발된 남북관계 파국 국면 등은 ‘무오류의 수령’ 김정은 리더십에 상당한 상처를 줌으로써 득(得)보다 실(失)이 컸다. 한편 ⑦3~6차 핵실험과 전략미사일 시험 발사 ⑧대북제재 강화로 인한 경제난 심화는 향후 핵보유국 지위 확보 등 협상의 성패 여부에 따라 득실이 결정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⑨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확산 ⑩미북 간 회담 장기 고착화와 트럼프 대통령 퇴진 등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환경 변화도 북한 체제 운영에 크게 부담을 주었지만, 김정은은 이 같은 위기를 기회(opportunity)로 역이용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미사일 연쇄 시험발사 함의

최근 북한의 다양한 미사일 시험발사 도발은 ‘핵·미사일 강국’ 목표 실현, 특히 8차 당대회에서 결정된 ‘국방 및 무기체계 발전 5개년 계획’과 1월 1일 천명한 “핵에는 핵, 정면돌파전에는 정면돌파전” 전략 전술 이행의 일환이다.

“온 나라가 일심단결의 위력으로 당 제8차대회와 당중앙전원회의가 제시한 결정관철에 총매진하고 있는 시기에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5차 확대회의가 진행됐다….회의에서는 미국과 남조선의 전쟁도발 책동이 각일각 엄중한 위험계선으로 치닫고 있는 현정세에 대처하여 나라의 전쟁억제력을 보다 효과적으로 행사하며 위력적으로, 공세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중대한 실천적 조치들이 토의결정되였다”(2023.3.12. 조선중앙통신)

그렇지만, 몇 가지 점에서 예전과 다른 특징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가장 먼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고려치 않고 도발을 자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김정은이 미사일 발사장에 자신의 어린 딸 김주애를 대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 번째는 미사일 종류와 발사 장소가 그야말로 다종다기하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동향은 북한이 ▲핵전력 운용체계를 더욱 고도화, 실전화하는 가운데 ▲핵·미사일 강국 지위와 강 대 강 전술을 내외에 부각함으로써 ▲체제 내부 결속과 대남·대미 압박 효과를 동시에 거양하려는 저의로 평가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8~19일 이틀간 ‘핵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을 지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핵을 보유한 국가라는 사실만으로는 전쟁을 실제적으로 억제할 수가 없다”면서 ‘핵공격태세 완비’를 강조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향후 김정은 행보 전망

1월 1일 북한은 신년사를 대체하는 당 전원회의(12.26~31.) 결과를 보도하였다. 김정은은 사업총화보고를 통해 휴전 70주년·해방 75주년 의의를 강조하면서 “대적 노선” 강화와 “전술핵 다량 생산과 핵탄두 기하급수적 확대”를 공개 지시하였다.

‘반미·반한’ 분위기가 연중 북한 전역을 휩쓸 것이다. 이미 진행된 대규모 열병식과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구실로 한 도발은 시작에 불과하다. 지난해 예고한 정찰위성 발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정각 발사와 함께 7차 핵실험도 적절한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다. 6월 25일부터 7월 27일까지는 반미투쟁월간인데, 올해는 이른바 전승(휴전) 70주년이 되는 해이므로 대결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킬 것이다. 하반기에도 8월 한미합동군사훈련, 9월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 등이 계속 이어진다.

따라서 김정은은 ▲미국과 갈등 관계에 있는 중국과 러시아를 뒷배로 ▲핵과 자력갱생에 기초한 ‘정면돌파전’ 기조하에 ▲핵능력 고도화를 위한 다양한 수준의 도발과 ▲대남 전쟁공포감 확산 선전전을 배가해 나갈 것이다. 핵 능력 고도화는 “안보의 자주권·우주의 평화적 이용”을 명분으로, 전쟁공포감 조성은 “평화냐 전쟁이냐”의 논리가 키워드가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핵보유국을 기정사실화 한후, 미국의 대선이 시작되는 2024년을 새로운 터닝포인트(turning point)로 하여 비핵화가 아닌 군축회담을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대선이 시작되면 김정은과 27차례나 친서를 주고받은 트럼프 또는 트럼프주의자가 재등장할 가능성이 크고, 트럼프는 반(反) 바이든·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 할 것이다.

사안의 본질을 직시하고 대처해야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김정은은 만만치 않은 상대이다. 미국과의 판갈이 싸움도 주저하지 않는다. 앞으로 한반도 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며 정국의 주도권을 쥐려 할 것이다.

그런 연후에 2024년 미국 대선, 한국 총선 등 적절한 시기에 즈음하여 한미일 공조를 허물기 위한 가짜 평화공세, 통일전선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이른바 “핵도 갖고 경제 실리도 챙기는” 양수겸장(兩手兼將) 전술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도 미국 등 우방국과의 긴밀한 공조 하에 치밀한 대응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핵심기조는 연대성, 입체성, 지속성이다. 특히 북한의 도발과 이간 책동에 대한 ‘수비(자주국방+한미 핵억제력 강화)’는 물론이고, ‘공격력(대북 제재+북한체제 정상화 활동)’도 반드시 병행하여 배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미구에 있을 김정은의 ‘가짜대화 제안’에 대해서도 냉정심(원칙)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김정은으로 하여금 “시간이 그들 편이 아니고, 갈수록 안보딜레마의 늪으로 빠질 뿐이다”라는 것을 느끼게 하고, 나아가 핵·미사일과 협상에 대한 셈법을 바꾸게 할 수 있다.

고정관념(bias)이나 소망(wish)에 기초한 사고는 절대 금물이다. 혹시라도 김정은에 대한 판단을 잘못할 경우 현재를 사는 우리는 물론 후손들에게 엄청난 재앙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민은 “상대와 국제정치 역학 등 사안의 본질을 직시하며 새로운 길을 당당히 개척해 나간 인물과 국가만이 위대한 평화번영의 시대를 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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