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당 찾아가 “식량 해결해 달라” 호소한 주민 매몰차게 쫓겨나

주민의 도움 요청에 사상정신 상태 운운하며 면박준 시당 간부…주민들 원성 쏟아내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 노동자구의 살림집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함경남도 단천시에서 식량 문제 해결을 요청하기 위해 당위원회를 찾아간 한 주민이 매몰차게 쫓겨나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은 “최근 단천시에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한 주민이 시 당위원회를 찾아가 식량 문제 해결을 호소했는데 오히려 시당의 한 간부에게 욕을 먹고 쫓겨났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에 시당을 찾아간 주민은 50대 여성 김모 씨로, 그는 시장에 나가 장사를 해도 갈수록 생활이 어려워지고 근래 들어서는 쌀을 살 형편도 안 돼 자식들을 굶기는 상황을 맞았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요즘 같은 세월에는 부자가 아니고서는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어 부모들이 자식들을 잘 입히지도 못하는데 배까지 곯게 한다는 아픔으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면서 “뼈 빠지게 노력해도 생활은 더 어려워져 굶어 죽기 직전이니 자식 가진 부모들은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 씨 역시 생계난이 점점 악화하자 결국 시당을 찾아가 “쌀이 없어 며칠째 자식들에게 밥을 먹이지 못했다. 혼자서는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다. 부모가 돼 가지고 옆에서 자식들이 굶어 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없어 찾아왔다. 제발 자식들에게 죽물이라도 먹일 수 있게 도와 달라”고 사정하기에 이르렀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김 씨의 말을 들은 시당 간부는 “지금 온나라가 힘든 걸 모르는가? 당신만 힘든가? 어떻게 해서나 제힘으로 버텨낼 생각을 해야지 여기를 찾아오면 없던 쌀이 생기나? 다른 사람들은 발이 없어서 찾아오지 않겠는가?”라고 면박을 주며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고 한다.

더욱이 이 간부는 “당에서는 힘들어도 조금만 참고 견디자고 목이 아프게 교양 사업을 하는데 아직까지도 사상정신 상태가 저러니 창피한 것도 모르고 여기저기 찾아다닌다”며 “쓴 꼴을 보지 않겠으면 당장 여기서 나가라”며 김 씨를 쫓아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후 단천시에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시당을 찾아간 김 씨가 매몰찬 대우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이내 주민들 사이에 원성이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나라에서는 자식을 많이 낳으라는 말만 귀 맛 좋게 늘어놓고는 정작 낳으면 나 몰라라 외면하고 있다”면서 “요즘은 길가에서 생활난에 꽃제비로 전락한 주민들이 굶주림에 허덕이는 모습을 적잖게 볼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도 모르는 체하니 더 말해서 뭐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여기(북한)서는 김 씨 가정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식량난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며 “어려움이 극에 달해 당에 도움을 호소하는데도 오히려 사상 정신적으로만 걸고 드니 주민들의 비난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