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장에서 쌀과 강냉이(옥수수)를 비롯한 곡물 가격이 일제히 상승했다. 지난달 양곡판매소에서 판매한 식량이 모두 소진되자 시장 곡물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데일리NK가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북한 시장 물가 조사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평양의 한 시장에서 쌀 1kg은 북한 돈 5200원에 거래됐다. 직전 조사 때인 지난 4일 평양 시장에서 같은 양의 쌀이 4900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2주 만에 6.1%가 상승한 것이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폭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17일 평안북도 신의주의 한 시장 쌀 가격은 1kg에 5300원으로, 2주 전 조사 당시 가격보다 6%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쌀 가격 상승폭이 가장 큰 곳은 양강도 혜산이었다. 혜산의 한 시장에서 지난 17일 쌀 1kg은 5700원에 거래돼 직전 조사 때보다 7.5% 올랐다.
시장의 옥수수 가격도 급등했다.
지난 17일 기준 신의주의 한 시장에서 옥수수 1kg은 2800원에 거래됐다. 지난 4일 당시와 비교해 7.7% 오른 가격이다. 평양도 신의주와 비슷한 수준으로 옥수수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혜산 시장 옥수수 1kg 가격은 직전 조사 때와 똑같은 3000원으로 조사됐다. 가격 변동은 없었지만, 혜산 시장의 옥수수 가격은 여전히 평양, 신의주보다 비쌌다.
현재 북한 시장의 곡물 가격은 벼 추수가 본격화되기 전인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5년간의 3월 북한 시장 곡물 가격을 살펴본 결과 올해 3월 시장의 곡물 가격 상승률이 가장 가파른 것으로 확인됐다.
2020년, 2021년 그리고 지난해 3월의 경우 초순과 중하순 곡물 가격이 큰 변동 없이 유지되거나 중하순에 소폭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2022년 3월에는 중하순에 곡물 가격이 오르는 양상이 나타났는데, 쌀값은 최대 2%, 옥수숫값은 최대 3.4% 상승해 올해 3월에 비해 상승폭이 작았다.
북한 시장 곡물 가격은 지난해 추수가 결속된 직후인 12월 초에 가장 낮은 가격대를 보였다. 그러다 12월 중순 이후로 조금씩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음력설과 광명성절(2월 16일, 김정일 생일) 그리고 양곡판매소 곡물 판매로 곡물 가격이 약간 하락하는 듯했으나 최근 큰 폭으로 상승해 지난해 추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상태다.
북한 농업 전문가인 조충희 굿파머스 연구소장은 “지난해 북한 당국이 전례 없는 풍작이라고 선전했지만, 실질적으로 농업 생산량이 크게 높아지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북한 원화 가격만 놓고 봤을 때는 지난해보다 식량 가격이 많이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환율을 적용해 달러 가격으로 비교해보면 올해 식량 가격이 지난해보다 크게 떨어졌디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19일 조사된 평양 쌀 가격(5550원)을 당시 환율로 계산해 달러로 환산하면 1kg당 0.67달러다. 그리고 이달 17일 평양 쌀 가격(5200원)은 현재 환율로 환산했을 때 1kg에 0.61달러다. 달러 가격으로 보면 지난해와 올해 쌀값이 큰 차이가 없는 셈이다.
춘궁기가 시작된 상황에서 북한 시장의 곡물 가격을 안정화시킬 수 있는 확실한 방안은 수입량을 확대하는 것이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조 연구소장은 “북한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곡물량이 하루에 1만t”이라며 “화물열차 1량에 평균 30톤의 곡물을 실을 수 있다. 즉, 10량짜리 화물열차에 곡물만 가득 실어도 열차 1회 운영으로 곡물 300톤밖에 수입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화물열차든 선박이든 곡물만 가득 실어서 수입한다 해도 북한의 식량 부족분을 채우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