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론] 자유 통일한국의 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월 27일 핵무기병기화사업을 지도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언제 어디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완벽하게 준비되어야 한다”면서 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재차 지시했다. 신문은 ‘화산-31’로 명명된 것으로 보이는 새 핵탄두가 대량생산된 모습도 전격 공개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의 핵·미사일 도발이 심상치 않다. 그렇지만 너무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 저자의 지론인 《통일은 현실이고 과정이다》의 관점에서 보면, 최근 일련의 국면이 김정은의 악마의 발톱을 정확히 인식하고 대처해 나갈수 있는 모멘텀(momentum)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금의 북한발 핵·미사일 위기 국면에 당당히 대처하고 있는 정부와 국민의 자세, 작게는 ‘2023 북한인권보고서’ 공개와 같은 보편적 가치 구현 활동 등은 분명히 통일로 가는 긴 노정에서 큰 이정표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국가안보와 통일과 관련한 합리적 목소리가 통일지상주의 또는 대결 의식과 같은 양극(兩極)의 정책에 압도되어 설 자리가 좁았던 게 사실이다. 바른 현실진단에 기초한 구체적 방법론은 없고 소망과 의욕, 당위성만 넘쳐났다. 현실론, 신중론, 조화론을 얘기하면 ‘반(反) 00주의자’, ‘회색 00’로 치부된다. 이른바 낙인(주홍글씨: scarlet letter)이다. 그러나 이제는 말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좀 더 냉철해져야 할 때라고! 보다 큰 생각을 해야 할 때라고!

미몽(迷夢)에서 깨어나 북녘을 보자.

김정은은 모든 대화와 교류협력을 거부한 채 한 손에는 핵·미사일을 또 한 손에는 통일전선전술이라는 방망이를 쥐고 마구 흔들어 대고 있다. “평화냐 전쟁이냐”의 그릇된 이분법을 강요하고 있다. 김정은의 목표는 평화통일이 아니다. 잠정적으로 힘을 기를 때까지는 2개 조선, 궁극적으로는 한반도 적화통일을 노리고 있는 게 확실하다.

한편 눈을 돌려 세계를 바라보자.

지금 지구촌은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정글이다. 국가이익 쟁탈을 위한 유무형의 갈등과 대결, 전쟁이 하루를 멀다 하고 일어나고 있다. 물론 선의의 국익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 어느 주변국도 선뜻 한반도 통일에 마음을 열 것 같지는 않다.

그럼 이 같은 구조, 상황 하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대북 직선로, 일방로만 고집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저자는 ‘통일로’가 먼저가 아닌 ≪세계로 미래로 통일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리 속담에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시간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는 말이 있다.

통일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 곧은 길이 막히면 돌아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지금은 안보를 더욱 튼튼히 하면서 ‘세계로 미래로’라는 조금 더딘 우회 길을 통해 ‘통일로’ 가야 할 때라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열손가락 안에 드는 경제 대국이다. 세계 6위의 군사강국이다. 북한과의 국민총생산(GNP) 격차가 50배를 넘은 지 이미 오래다. 이런 대한민국이 왜 “김정은 수석대변인, 바보 멍청이” 같은 소리를 들어가며 북한에 매달리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민족과 남북통일보다는 개인과 지구촌 세계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젊은 세대 시각에 대해 우려하는 데도 동의하지 않는다. 모든 현상에는 결과가 있으면 반드시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청소년들 중 그 어느 누가 북한에 가보았고, 메일을 주고받고 있고, 친구가 있는가?

다행히 윤석열 정부는 지난 정부와 달리 첫 단추를 잘 끼웠다.

▲민족과 국가의 균형적 조화, ‘글로벌 충추 국가’를 지향하면서 ▲힘에 의한 평화, 국제사회와의 적극적인 연대를 통한 북한 변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자유 통일한국 건설을 강조하고 있다. 그야말로 어렵고 더딘 길이지만, 진정한 평화와 통일의 초석을 깔고 있다. ‘담대한 구상’과 ‘인태전략’은 이런 구상의 일환이다.

우리는 더 이상 한반도 문제의 중재자, 촉진자가 아니다. 제1 당사자이다. 우리가 기준을 만들고 북한과 국제사회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 그 누구의 선의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북한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더 높아진 국격, 더 커진 국력만이 자유 통일한국의 길을 열어 준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시각을 가지고 ▲미국 등 유관국과의 긴밀한 공조 하에 튼튼한 안보태세를 구축하면서 ▲북한을 당당하게 상대(제재와 압박, 인도적 지원)하고 ▲세계의 가치, 문화, 무역, 첨단기술 발전을 리드하는 한국으로 발돋움해 나가야 한다. ▲특히 국민들이 북한을 피상적으로 알고 소망적으로 상대하지 않도록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면 핵을 가진 김정은도 별다른 뾰족 수가 없다. 북핵 피로감, 안보딜레마에 휩싸일 것이다. 그때가 우리가 주도하는 남북대화의 적기(的期)이며, 진정한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혹자는 이 같은 방안을 분단 고착화, 흡수통일 정책의 연장선이라고 비난할지 모른다. 그러나 절대 아니다. 단지 남과 북 어느 사회가 국민과 민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진정으로 노력하는지 선의의 경쟁을 해보자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이 입증되었다. 대한민국의 경제발전과 민주화, 한류는 한반도 남쪽을 넘어 북한과 세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 K-콘텐츠가 세계인을 열광시켜 하나가 되게 하듯이, 대한민국의 국격과 국력이 자연스럽게 북한으로 흘러 들어간다면 그게 바로 통일임을 확신한다.

일찍이 손자는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했다. 통일로 가는 길도 상대를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 남과 북이 하나가 되는 길은 3대째 ‘한반도 공산화 통일’ 목표를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는 상대와 씨름을 해야 하는 지난한 과제이다. 서둘러서도 안 되고 방치해서도 안 된다. 차근차근 징검다리를 놓아가야 한다. 통일은 현실이고 과정이다. 세계로 미래로 통일로!

※위 정론은『세계로 미래로 통일로』(2023.3 곽길섭/도서출판 북랩)의 서문을 기초로 작성됐습니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